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탈리 Jun 30. 2022

비가 슬로 모션처럼 쏟아져내린다.

비가 쏟아져 내린다. 너무 많이 내려서 비 내리는 게 슬로 모션처럼 보인다.


펠트 커피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선 우산이 팝콘처럼 펴진다. 신분당선 출구 바로 옆도, 이곳도 카카오 아지트다. 내가 앉아있는 곳 위로는 카카오 아지트를 잇는 통로가 있다. 통로는 곡선인데, 그 때문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얕은 바다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엔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걱정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번 달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탈이다. 적당히란 없는 걸까. 자연도 사람도 불균형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요즘, 주변은 두 타입으로 나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타입과 워라밸을 챙기고 투잡하는 타입. 둘 다 적당히는 없다. 이러다 죽겠다, 할 만큼 몰두한다.


그러다 마음에 홍수가 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다른 사람들은 야근 안 해도, 투잡 안 해도 잘 사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이 범람한다. 마음을 실컷 휩쓴다. 급류에 떠밀려가다 햇빛을 발견한다. 내 경우는 내가 쓴 카피가 재미있거나, 썼는데 별로라는 생각이 들 때다. 전자는 즐거우니 아, 이 맛에 광고하지. 하는 거고 후자는 오? 보는 눈이 늘었네?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음의 홍수가 지나고 나면, 부족했던 곳이 비옥해진다. 지금의 시간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진 모르지만, 오늘도 우선 한다. 몇 번이고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 태지만, 이러면서 크는 거지 뭐.


카페에서 나오니 비가 또, 슬로 모션처럼 쏟아진다. 이연걸이나 브루스 리의 영화를 보면, 무술 고수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가는 장면이 나온다. 무섭도록 몰두하고, 어지럽게 방황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고수가 되려나.


적당히가 없는 세상.

작가의 이전글 출근 전, 좋아하는 카페로 출근했다. 아주 오랜만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