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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Jul 11. 2022

미움은 병들게 하지만, 사랑은 자라게 한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우리는 너무 미우면 사랑해버려. 복잡하니까, 그냥 사랑해버리면 모든 게 해결돼.

<서울 체크인>에 나온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의 이야기다. 너무 미운 사람이 있던 그는, 옥섭 감독의 ‘그 사람을 귀여워해 봐’라는 조언을 듣고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주제는 사랑이다. 절묘하게도, 구교환 배우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해버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두 인물의 대비를 보여준다.


바로 ‘토르’와 ‘고르’다. 토르는 제인 포스터 박사를 줄곧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둘이 재회한 게 8년 6개월 7일일 만이라는 걸 정확하게 말할 정도다- 그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행성인 아스가르드 보다 지구에 있던 시간이 많다. (토르 2 참고)


반면, ‘신 도살자 고르’는 우주의 행성들을 돌며, 그곳의 신을 도살한다. 사랑했던 딸을 신들이 살려주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가 소유한 네크로스워드는 신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유한 사람을 병들게 한다. 본인이 서서히 죽어감에도 고르는 살신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목적지는 이터니티가 있는 곳이다. 이터니티에게 신을 모두 죽여달라는 소원을 빌려는 고르에게, 토르는 딸을 살려내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미워하는 대상을 죽여봤자, 남는 게 없다며 그를 설득한다. 고심하던 고르는 딸을 되살려달라는 소원을 빌고, 딸과의 짧은 재회 뒤 눈을 감는다.


고르의 딸이자 사랑을 상징하는 러브는 토르와 함께 악당을 물리치러 다닌다. 와이티티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던 건, 이런 게 아닐까.


불쌍해요 까진 아니고, 안쓰럽다 정도?

사랑의 멋진 점은, 본인을 병들게 하는 이유를 성장의 동력으로 만드는 데 있다. 미운 사람을 계속 미워하면 마음만 복잡하다. 왜 이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할까. 미운 점 하나하나가 모여, 나중엔 그 사람이 숨 쉬는 것까지 미워진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그렇게까지 미워하는 나도 밉다.


구교환 배우가 나온 <서울 체크인> 클립과,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보고 나니 한 선배가 생각났다. 그는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더 잘해주었다. 그가 잘해줄수록 그 사람은 더 무례했는데도 말이다. 퇴근길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그 사람한테 왜 그렇게 잘해줘요? 그 사람이 좋아요?”라고 묻자, 그는 “난 미운 사람한테 더 잘해줘”라고 대답했다. 밉고 싫은 사람에게 잘해준다니, 그땐 이 선배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된 건, 지금은 퇴사한 빌런 덕분이다. 10년 차 라던 그는, 처음부터 본인이 할 일들을 슬금슬금 떠넘기더니 나중엔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며 모두와 척을 졌다. 그가 하고 싶던 일은 출근해서 인터넷 뉴스 보기, 자리에서 코 골며 자기였다.


그가 제 역할을 안 하니 자연스레 팀원들이 그의 몫을 가져가야 했다. 팀원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특히 그의 옆자리였던 나는 정도가 심했다. 회사에서 숨만 쉬면서 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다니. 속상했다. 더 속상한 건 아무리 미워해봤자 그 사람은 바뀌지 않고, 내 마음만 어지럽다는 것이었다. 마치 네크로스워드를 든 고르처럼 속부터 병들어갔다. 그가 떠나도 바뀐 건 없었다. 미움의 화살이 회사로 향했다. 연봉, 업무 강도 등 모든 게 다 불만이었다.


흔들리던 마음을 잡은 건, 남편과의 대화에서였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힘들다는 내게 그는 싫은 점이 생각날 때마다, 좋은 점을 하나씩 써봐.라고 했다. 워라밸이 없어 불만일 땐, 그래도 근태가 자유롭지. 하는 생각을 했다. 영문 카피를 써야 할 때도 아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카피라이터들은 잘 못 해보는 경험을 하는 거다. 생각했다.


미움은 병들게 하지만, 사랑은 자라게 한다.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니 표정과 태도가 달라졌다. 더불어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미움은 나를 파괴하는 일이다. 앞으론 사랑을 선택하겠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멋지게 사랑해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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