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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Jul 21. 2022

드라이기가 더위 먹었다

이 개복치 같은 다이슨.


때는 2016년, 다이슨 슈퍼소닉이 한국에 론칭했다. 체험을 해봤는데 바람이 너무 뜨겁지 않고 풍량도 세서 바로 샀다. 반려견들의 목욕 후 털 말리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기존에 쓰던 드라이어보다 덜 뜨거운 바람과 거센 풍량으로 머리숱 많은 나도 빠른 시간 안에 머리를 말릴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머릿결도 더 좋아진 것 같았다. 매번 전쟁이었던 반려견들의 털 말리기도 나의 승리로 끝났다. 발바닥은 찬 바람으로 해놓고 2단계 정도로 말리면 금세 뽀송해졌다. 얼굴을 제외한 모든 털을 말리는 게 수월했다. 그들이 구석으로 피해도 바람이 가기 때문에 결국은 털을 말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4년을 잘 썼건만.. 작년부터 툭하면 꺼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름철에 심한데,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3초 만에 전원이 꺼진다. 콘센트 문제인가 싶어 여러번 바꾸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러다 해답을 찾은 게 에어컨 바람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이었던 어느 날, 에어컨을 쿨파워로 했더니, 머리를 다 말릴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이후로는 에어컨을 켜면  10 정도는   있었다. 마치 어렸을  목욕탕에서나 보던 500원에 10 말릴  있는 드라이어 같았다.   꺼지면 5 정도 열을 식히고 말리기도, 열받지 않게 하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가면서 그렇게 어르고 달래면서 머리를 말렸건만. 이제는 에어컨을 켜도 1분을  간다.


덕분에 늘었던 인내심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주 주말엔 기필코 새 드라이어를 사리라! 엄마가 쓰는 필립스 드라이어가 좋던데, 그거나 살까 보다. 튜닝의 끝은 순정, 방황의 끝은 시작점이라고 결국 다시 원래 쓰던 드라이어로 돌아가게 됐다. 이 회전문 같은 다이슨. 분명 오리지널 드라이어를 사겠다고 다짐했건만, 인스타그램을 보니 다이슨 에어랩 광고가 나온다. 게다가 반려견 전용 드라이어도 생겼단다. 마음이 흔들렸지만, 방금 또 꺼진 다이슨을 보며 마음을 접었다. 굿바이, 다이슨! 6년 동안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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