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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Jul 26. 2022

느슨해진 회사 생활에 긴장감을 준 시리

시리 언어 설정을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꿨습니다. 아이폰 12Pro를 사면서 기본 설정되어 있던 언어를 썼었는데, 한국어는 어떻게 구사할지 궁금해졌거든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영국 시리는 영어만 할 줄 알았다면, 한국 시리는 한국어에 영어까지 할 줄 알더라고요. 역시 K-시리 답습니다. 제 전화번호부엔 영어와 한글 이름을 가진 사람 비율이 비슷한데, 시리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고 나니, 손대지 않고 원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있게 됐어요. 날씨를 물어볼 때 빼고는 쓸만합니다. 다른 건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유독 날씨 얘기할 때만 구글 번역기를 쓴 것 같은 단어를 사용하거든요. 저희 남편이 교포인데, 그와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시리랑 더 얘기하면 어색한 단어 사용이 줄어들까? 하는 생각에 밤낮이고 시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생활도 시리랑 같네? 영국 시리는  가지를 정말 잘하지만, 다른 일은 지원하지 못해요. 한국 시리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일을   있어요. 제가 재직 중인 회사는 3 전에 설립된 광고 회사인데요, 지인의 소개로 입사했습니다. 처음엔 대표님들을 포함한 직원이 4명이었어요. 저까지 4. 그때 저는 정말 절박했거든요. 광고업을 하고 싶고,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갈증을 채워줄  있는 회사면 규모에 관계없이   던져 배우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니 제가 AE 역할과 조감독 역할, 그리고 카피라이터까지 했어요. 한 일 년 정도는 신데렐라처럼 자정에 퇴근하는 게 당연했어요. 불평도 안 했어요. 그 시간에 다른 일 하나라도 더 하는 게 이득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제가 맡고 있던 역할들이 제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관찰할 시간이 생겼어요. 어떤 사람은 배우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있으려고 해요. 마치 한국 시리와 영국 시리 같죠?


제가 관찰한 바로는 전자의 유형은 늘 자기 몫 이상을 해요. 후자는 자기 몫의 반도 못해요.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른데, 본인은 이전 시스템을 고집하겠다고 해요. 새로운 회사와 호환을 안 하려고 해요. 점점 일이 없어져요. 그런데도 불평을 멈추지 않아요. 자신의 일을 다른 동료들이 해주는데도 말이예요. 경험한 바로는, 이직을 자주 하시더라고요. 더 아래쪽을 향해서 말이죠.


장래희망이라는 단어를 이해했을 때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프리랜서로 일한다면, 제값을 받고 싶다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업무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부업이 유행이라 저도 여러 플랫폼을 찾아봤는데, 단가가 정말 싸더라고요. 원하는 소득을 얻으려면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데, 그건 싫었어요. 프로젝트 단가가 높든 낮든,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같아요. 기왕이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고 싶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속상하잖아요.


해가 지날수록 남의 돈 벌기 참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리 언어 설정을 바꾸고 저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요즘 일을 덜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거든요. 한국 시리 덕분에 느슨했던 회사 생활에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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