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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Aug 01. 2022

고양시에 살며 하게 된 것(1)- 4.1km 달리기

남편과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시영 배우가 나온 편이었는데, 몸풀기로 10km를 뛴다고 하는 거예요. 뭐?! 몸풀기로 그 거리를 뛴다고?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러닝은 제대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본 정도면 모를까. 고작 200m만 뛰어도 힘든데, 이시영 배우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어요.



경기도에 이사 오고 나서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작정한 건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플레이리스트를 듣다보면 뛰고 싶은 음악이 나올 때가 종종 있어요. 한 바퀴 뛰고, 한 바퀴는 걷고, 쉬엄쉬엄 뜁니다. 괜히 무리했다가 다칠까 봐요. 한, 15일차 정도 되던 날 중간 트랙 한 바퀴를 뛰었는데도 괜찮은 거예요. 보통 같으면 폐가 쿵쾅거리면서 터질 것 같은데, 평온했어요. 시험삼아 한 바퀴 더 뛰어보기로 했죠. 마침 뛰고 싶게 만드는 곡이 연달아 나왔거든요. 마지막 10m는 정말 힘들어서, 노래가 끝나자마자 트랙을 옮겨서 걸었어요. 뛰고 나면 죽을 것만 같았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어요. 몸이 풀렸다. 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얼음 마법에서 풀린 안나처럼, 몸에 열이 확 오르면서 굳어있던 근육이, 마치 찜질방에서 몸을 지진 것처럼 노곤 노곤해졌어요.


해보는 데 까지 달려보자 하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습니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어요. 달리면 발에 납을 단 것 마냥 무거웠는데 말이죠. 달리는데 가볍다니. 처음 느껴봤습니다. 애플 워치를 아직도 안 사서, 건강 앱에 들어가 기록을 체크해 보니 달리기를 4.1km나 했더라고요. 왕복 10km가 못 해볼거리는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의외의 성취감을 얻은 채 벤치로 나왔습니다. 스트레칭하며 운동하시는 분들을 구경했어요. 어떤 분이 계속 달리고 계셨어요. 저보다 더 먼저 와서 뛰고 계셨는데, 쉬지도 않고 뛰시더라고요. 마라톤에 참가하시는 걸까요? 아님 본인과의 싸움을 하는 걸까요? 발은 무겁고, 미간에 살짝 인상을 쓴 채로, 온몸이 땀으로 젖었는데도 끈기 있게 달리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사실, 힘들면 안 뛰어도 되는 거잖아요.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혹은 목표하는 바를 위해 지난한 과정을 견디는 게 어렵거든요. 그 마음을 다시 한번 경험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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