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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Sep 07. 2022

 소중한 건 때론 알려지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둘만의 저녁도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남편과 둘만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부엌 테이블 외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 전구색 조명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저희 부부를 비췄어요. 테이블 위에는 선물 받은 오렌지 와인과 두 개의 와인잔, 샤인 머스캣과 복숭아, 크림치즈가 담긴 아테나 사각 접시, 남편이 직접 만든 과카몰리와 나쵸 칩스. 마지막으로 지난주에 집들이 오신 부모님께 받은 옥수수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이날 저녁만큼은 아무도 만나지도, 들이지도 않았습니다.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평일은 서로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엔 집들이를 하거나, 외국에서 잠깐 들어온 시댁 식구를 만났어요. 매번 나란히 앉거나, 운전하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남편의 정면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전보다 살이 내렸지만, 더 좋아진 낯빛.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짧게 다듬은 수염과 손톱. 갑자기 이 사람과 가족이 된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체감했어요.


 남편이 스마트폰과 사운드 바를 연결했어요. 첫 곡부터 취향인 음악이 나왔습니다. 남편도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 같다고 하더군요. 가만히 선율에 집중했습니다. 4초 같던 4분이 지나고, 남편이 말했어요. “10년 전에 올라온 영상인데 라이크 수는 3개밖에 안 돼. 소중한 건 때론 가려져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시작으로 자연히 인스타그램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전 인스타그램 중독이었어요. 사소한 것부터 소중한 일까지 더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났었죠. 심할 땐 한 시간에 포스팅 한 개를 올린 적도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적도 있고,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사진을 찍기도 했었어요. 남편은 저랑 정반대였어요.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알리는 일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종종 다투기도 했어요. 누구네 커플은 럽스타그램인데 우리는 나만 하네. 에서 오는 서운함을 자주 토로했었거든요.  


 그땐 인스타그램 같은 미디어를 통해 저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게시물에 좋아요를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몇 시간을 쏟아부었어요. 자연히 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영향을 받았어요. 남편과 연애할 때, 이런 말을 했었어요. “자기는 인스타그램이랑 연애하는 것 같아. 나는 엑스트라고.” 솔직히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로 좋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제는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일 관련된 게 아니면 자주 안 해요. 푸시 알림도 꺼놓았어요. 살다 보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 덕분에- 깨달았어요. 자기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요. 진짜 멋진 사람은 실천하고 있더라고요. 증명이 아닌 실천하는 삶.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남편을 보면서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소중한 건 때론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말 뒤의 침묵처럼요.


 남편을 보면 늘 배울 점이 보여요.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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