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개운한 아침

부부의 아침

by 나탈리

새벽 4시. 날이 갑자기 추워진 탓에 기침이 났다. 남편이 침실로 우당탕탕 들어왔다. 잠귀 어두운 사람이 어떻게 기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다 거실로 나왔다. 잠이 달아 나서다. 그가 조금 전까지 누워있던 매트리스에 누웠다. 그새 온기가 달아나 코끝이 조금 시렸다.


우리 부부는 수면 패턴이 달라 따로 잔다. 결혼 후 2주 간은 같은 침대에서 잤는데, 내 잠귀가 워낙 밝아 남편이 조금만 뒤척이거나 소리를 내도 깨기 일쑤였다. 그래서 합의를 본 게 따로 자는 거다. 솔직히 어쩔 땐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데, 다음 날 숙취처럼 몰려오는 피곤을 생각하면 좋은 결정이었다.


아침 루틴대로 헤드 스페이스 명상 세션을 듣고, 폼롤러로 온몸을 풀어준 뒤, 어제저녁에 남은 숭늉을 데웠다. 보통 아침엔 계란을 먹는데, 오늘은 당기지 않아 딸기와 체리를 씻었다. 남편이 직접 누룽지까지 만들어서 그런지, 굳었던 속이 풀리는 기분이다. 밥알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넘긴 뒤, 후식으로 과일을 먹었다. 비를 맞았나 살짝 물맛이 났다. 아침으로 먹기엔 적당한 당도였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남편이 일어나 있었다. 얼마 뒤면 촬영이 있는데, 준비하느라 힘든 게 보인다. 조금이나마 신경 쓸 거리를 줄여주려고 남편 몰래 클라이언트용 간식을 컬리에서 주문했다. 지난번 촬영 때 반응이 좋았다던 라메종드아모린 캐러멜 2통과 바키 초콜릿 1박스, 그리고 엄마가 스페인 여행 갔다 사 왔던 뚜론 브랜드가 있어서 내 것까지 4박스를 주문했다. 식탁에 올려놓은 간식들을 보여주니 남편의 표정이 이모지처럼 변한다. 이 맛에 내조하는가 보다! 평소 남편이 해주는 거에 비하면 사소한 건데, 최애가 행복해하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남편의 스케줄도 꽉 차 있어 같이 집을 나섰다. 같이 지하철을 타고 남편은 두 정거 지나서 내리고, 나는 회사까지 두 정거 남은 지하철에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쓴다.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도 오늘 아침은 개운하다. 이 기분 그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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