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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09. 2021

굴뚝 청소부 이야기

나를 돌아보는 용기

 언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장소도 학교였는지 학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날의 질문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두 명의 사람이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명은 얼굴이 더러워졌고 다른 한 명은 깨끗했다. 그렇다면 얼굴을 씻은 사람을 누구일까?” 당연히 나는 얼굴이 더러워진 사람이 씻었을 텐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답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얼굴이 더럽지 않은 아이가 얼굴이 더러워진 아이를 보고, 자신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씻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상당히 의외였다.  


 그리고 최근에,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문뜩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마음 한편에 이야기의 등장인물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다른 사람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보고 자신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점이 내게 그런 감정이 생기게 했다. 다른 사람의 더러움을 보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자신도 그럴 수 있다고 의심해 보는 그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어떠한가? 과연 나도 다른 사람의 더러움을 보고 나의 더러움을 씻으려 하는 지혜와 용기가 있을까?”라고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다. 하지만 일을 할 때, 여행을 할 때 심지어 사랑을 할 때도 나에게는 그런 자세가 없었다. 내게도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내게 보이는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바빴다. 나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지만 남을 지적할 용기는 있었다.     


 그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 그저 우연인 것 같지는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며 점점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아닌 나의 주변에서 그 원인을 찾는 횟수는 늘어났다. 그와 비례해서 나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줄었다. 내가 떠올린 기억은 마치 과거의 내가, 그런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과거에서부터 날아온 메세지같았다. 탈무드 이야기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낀 감정과 얻은 교훈은 변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변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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