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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16. 2021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런 영화는 어때요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런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제목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영화의 재미에 대한 평가는 말을 아끼겠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 책이 원작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차라리 책으로 읽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시한부 환자인 주인공이 악마와 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거래 내용은 자신의 주변의 물건 혹은 존재를 없애면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그 대상만 없어지는 것 아닌 대상과 관련된 주변인의 기억이나 추억도 모두 없어진다. 말 그대로 세상에서 그 존재가 사라지면 벌어지는 일들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해보았다. 내용의 재미와는 별개로 감상을 통해 얻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우리 주변의 존재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내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들도 사라진다면 우리 삶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로부터 생각을 시작했다. 내 육체의 외부에 있지만 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는 것들도 있다. 가령 핸드폰은 내 신체의 일부는 아니지만 항상 곁에 지니고 있었다. 핸드폰이 주는 재미와 소속감도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존재한다. 그 감정들은 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준다. 가끔은 내가 다루기 어려워져 알 수 없는 곳으로 나를 끌고 가기도 하지만, 여정을 돌아온 뒤의 나는 성장해 있었다. 나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내게 재미를 주고 영감을 주는 영화라는 것도 있다. 오늘도 나는 그 영화 덕분에 새로운 생각들을 품을 수 있었다. 그밖에 다양한 것들이 나를 내부, 외부에서 이루고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고양이가 없다면,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과 관련된 추억거리들이 없다면, 지난 일을 나눌 사람들이 없다면 인생이 잿빛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 세상, 내가 없지만 그것들은 존재하는 세상 둘 다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없어도 세상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점도 싫지만, 함께 추억을 나눌 것도 없이 혼자서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세상도 싫었다.

      

 이렇게 상상을 하다 새삼 나의 현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 당장 내 주변의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내가 내일 당장 사라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언젠가는 내가 사라져야 할 날이 오겠지만, 그날까지 나는 이 감사함을 누리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할 거리 조금, 감사할 거리 많이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것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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