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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19. 2021

결정이 어려운 사람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아침에 우리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날지 말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야식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까지 하루는 수많은 결정들로 가득 차 있다. 수많은 결정을 하면서 지내지만 나는 선택하는 일이 매번 어렵게만 느껴진다. 가볍게는 친구들과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인생의 진로와 관련된 무거운 고민까지 전부 어렵게 느껴진다. 가끔은 결정장애라는 말이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날도 그랬었다. 내가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 주제는 어떻게 하지, 발표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지 등등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자려고 누워서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밤늦게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기한이 다가올 때까지도 고민은 이어졌다. 구상을 하다가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미루거나, 다른 일을 하기 일쑤였다. 결국 시간에 쫓겨 얼렁뚱땅 마무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발표를 해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다. 선택을 두려워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고민이 너무 많은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예전에 읽은 글이 떠올랐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만한 중대한 사안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고 결국에는 성공해낸 디자이너의 이야기였다. 그 사람이 자신의 진로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 것은, 단순히 운에 맡긴 것이 아니라 어느 진로를 가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중요한 것은 결정하는 것보다는 정한 사항을 실행하는 일이다.  


동전 던지기로 자신의 진로를 정한 피에르 가르뎅


 나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결정한다 해도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고려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뒤의 일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음식을 골랐다면 맛있고 즐겁게 먹는 것이, 시험을 보기로 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준비하는 것이, 여행지를 골랐다면 자유롭고 행복하게 여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정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결정한 일을 실행하기는 더 어렵고 중요하다. 그러니 결정할 때부터 힘 빼지 말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열정을 더 많이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읽을 책을 고르면서 결말을 알려 하기보다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책을 더 열심히 읽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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