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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23. 2021

"이일만 해낸다면"이라는 생각의 허점

내가 처음 이 일만 이겨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대학 입학이었다. 대학에 가게 된다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으로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을 버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내 삶은 그대로였다. 고등학생의 내가 나이를 한 살을 더 먹은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이 내게 주어진 자유로 인한 혼란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자유에 취해 내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일 뿐인데 수능이 끝나서 내가 행복해졌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     


그다음은 자격증 시험이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나를 돌볼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비웃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가장 맞다고 생각한 말은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 미래에도 행복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틀리기를 바랐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금 행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 역시 행복은 시험이 합격한 된 뒤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에 합격한 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험에 합격했는데 행복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활 속에는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그런 착각은 군대에서도 이어졌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군대만 전역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나는 더 나아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전역하고 난 뒤에는 사회에서의 내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서 깨달은 점은, 어쩌면 내가 나를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지금을 버티기 위한 최면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일만 지나간다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     


나는 내 생각의 틀을 깨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 상황의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했다. 과연 지금 내가 힘든 것이 내 앞의 과업 때문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어려움 혹은 비슷한 일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을 만날 때마다 이일 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버텨야 하는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의 행복을 바라야 하는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편할 때도 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이 어려움만 지나가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그 생각은 그 순간의 어려움을 이겨내기에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자신의 삶을 보며, 새로운 어려움을 마주하는 나를 보면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런 방식은 내 삶의 부분들을 보게 하고, 전체를 보지 못하게 했다. 우리 삶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아무 어려움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우리는 매일 극복하면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 앞에 놓인 어려움들 때문에 자포자기하기보다는 나는 그것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찾을 생각이다.     


결국 나는 인정했다. 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일을 이겨내도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내가 그대로라면, 결국 내가 만날 세계는 그대로일 것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힘든 것도 인생의 일부분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원래 어려운 법이다. 그렇게 진짜 삶의 속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나아갈 것이다. 외부의 어려움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내 일상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tvN 스타특강쇼 박신양 편 中 이미지


러시아 유학 1년 차,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제가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힘든가요?"라고 물어봤어요.
선생님은 대답 대신 러시아 시집을 건네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시를 공부하라 하셔서 시를 공부했는데
그 시의 내용이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행복 한 인생=힘들지 않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힘들면 우리 인생이 아닌가요?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힘들 때와 힘들지 않을 때가 얼마나 있었지?’
 거의 50 대 50인 것 같더라고요. 좀 더 생각해 보면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힘든 시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돼요.
힘든 시간을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tvN 스타특강쇼 박신양 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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