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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31. 2021

경로의존성의 법칙

유튜브에서 야구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다가 경로의존성의 법칙이란 말을 들었다. 단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 의미는 익숙했다.      


스톡킹 손아섭, 임찬규 편 캡처
법률이나 제도, 관습이나 문화 그리고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사회는 한번 형성되어 버리면 그 후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쇼크에 의해 형성시에 존재한 환경이나 여러 조건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래부터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과거의 하나의 선택이 관성(inertia)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을 ‘경로의존성’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로의존성 [path dependence, 徑路依存性]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QWERTY로 배열된 자판이 있다. 이 자판은 타자를 치는 속도를 느리게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타자기가 수동이었던 시절에 활자를 치는 팔이 엉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에 발전된 기술로는 더 효율적인 자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배열의 자판을 보급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QWERTY 자판은 현대까지 남아 있다.     


QWERTY 자판의 비효율성과 예외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경로의존성이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그 단어와 만난 덕분에 내 삶과 QWERTY 자판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겼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게도 뿌리 깊게 박힌 바꾸지 못하는 습관들이 있었다. 그게 효율적이고 유익한 것들이라면 수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여러 부정적인 점 때문에 고치려 해도 내 몸의 관성 때문에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경로의존성이라는 단어의 존재 자체가 습관을 바꾸는 것의 어려움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익숙해진 것을 고치는 게 어려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점에 위안을 받았다. 한편으로 나는 그런 습관들을 개선하는 것을 성공하고 싶었다. 내가 고치고 싶은 생활 습관들을 QWERTY 자판처럼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행동들, 선택들, 습관들이 모여서 내가 살아가는 방향성이 결정된다. 내가 어제와 같은 오늘은 산다면 결국 내일도 같은 날의 반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을 개선한다면, 최소한 바꾸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면이 내 삶의 속성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의 기저에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내 삶의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한 점이 존재했다. 결국 그런 것들이 축척되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나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쌓아 올린 것들은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키보드 자판을 보면 별생각 떠오르지 않던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경로의존성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단어가 생각나면 발전을 위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내가 만들어갈 내 모습의 일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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