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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Feb 01. 2021

제설작업과 과제 부여 방식

1월의 눈이 많이 왔던 날 주차장의 눈을 치울 일이 생겼다.  

    

나는 몸을 쓰는 일을 잘 못한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오래 하지도 못한다. 내가 몸이 약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참을성이 없는 건지 궁금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느끼면서도 참고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제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팔목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치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묵묵히 눈을 치웠다. 이 정도 했으면 다 되었으니까 올라가자는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말을 간절하게 기다리며 참고 눈을 치웠다. 팔에서도 통증이 느껴지고 손가락은 얼얼해졌다. 이 일은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궁금증만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그렇게 주차장의 눈을 다 치우고, 돌아가는 길의 눈도 치우던 와중에 올라가자는 말이 나왔다.     


눈을 치우는 일 자체의 어려움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업무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적합한 과제 부여 방식의 중요성이었다. 눈을 치우는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제설 구역을 제시하고, 어디까지 치우는 것이 목적인지를 함께 공유한다면 효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자신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적합한 과제 부여 방식은 다른 일들에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상시에 생활에서도 적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를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나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알맞은 목표 설정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인 경우 상대방의 역량을 파악하고,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추가된다.      


그날 눈을 치운 경험은 내가 놓쳤던 부분을 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함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다. 그리고 명확한 목표 공유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어쩌면, 내가 눈을 치우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미안해졌다.     


눈을 치우고 오후 내내 손이 떨렸다. 새로 얻어 가는 것에 대한 뿌듯함에 내 마음도 떨렸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육체노동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니, 역시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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