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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Mar 18. 2021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써본다

단어들이어도 괜찮고 문장이어도 상관없다. 일단은 떠오르는 이야기, 하고 싶은 말들을 적는다. 그렇게 내 생각이 늘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여행에서 돌아와 캐리어에 꽁꽁 쌓여있다가 풀어헤쳐진 내 짐을 보는듯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앞의 이 글자들은 정리되어 본 적 없다는 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단어를 이어나가서 문장을 만든다. 필요 없는 부분은 없애고 부족한 부분은 채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 쓸 때도 있고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쓸 때도 있다. 주제는 자유고, 아무런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글을 쓰며 지금 있는 문제를 해결한 내가 되기도 하고,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기도 한다.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가는 대로, 길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린 대로 그 상황을 즐긴다. 언제든 내가 펜을 내려놓는다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묘한 권력감을 느끼며 생각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런 경험들이 나를 발전시킨다.     


사람들은 다양한 동기로 글을 쓰는 것 같다. 취직을 위해서 지원서를 쓰는 사람들, 세상에 자신이 탄생시킨 세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쓰는 사람들, 글이 탄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이 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때는 대부분 다짐을 할 때이다. 새로 생긴 결심의 이유를 찾기 위해, 내가 지금 가진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펜을 든다. 그런 시작과는 다르게 마무리 지을 때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나를 돌아보며 응원을 받기도 하며, 내 주변을 돌아보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때로는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이유를 찾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앞으로의 삶에 대한 원동력이 되어준다.      


여전히 내가 글을 쓰며 어떤 장면을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여러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얻는 것들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지금 글을 쓰며 느끼는 감정은 간단명료하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내일도 글을 쓸 이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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