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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May 11. 2021

미덕이 없는 나, 오히려 좋아!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라고 여겨진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한다는 속담이나, 안분지족이라는 사자성어는 그런 삶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그런 미덕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지금 삶에 불만이 많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좋아 보인다. 다양한 것들을 도전하고 싶고, 여러 일들을 체험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느냐면 그것은 아니다. 고용 불안정의 사회에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어 진다. 마치 슈퍼마리오에서 숨겨진 길이나 아이템을 모두 먹고 클리어해야 등급이 높아지듯이 내 삶을 꽉 채워서 살아가고 싶다.     


내 그런 욕구가 가장 심했던 시기가 군대에서였던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내 발전을 위한 시간도, 내 미래를 위해 노력할 시간도 제한적이었다. 물론 내 개인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군대가 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좋은 명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티느라 지친 내게 주어진 그 쉴 수 있는 시간마저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결국에는 자기 발전의 욕구가 쉬고 싶은 마음에 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내 기회의 시간을 이렇게 버리기 싫은 자신과 군대 안의 스트레스로 지친 나 사이의 싸움은 매일 이어졌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군대 안에서는 제약이 많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가 나가서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는 시기로 쓰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들을 공부했다. 그리고 준비했다. 오래 달리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않고 참는 기분으로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를 하며 기다렸다.  

   

전역 뒤에는 내가 그렇게 정해놓은 일들을 차근차근 도전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그것들 중에 하나다. 남들에게는 사소한 것들일 수 있지만 내게는 이런 도전 자체가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대학원을 다니는 것도,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혈액이 되어서 내 삶 속을 돌고 있다.


  군대에서처럼 나를 자책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다. 만족하되 안주하지는 말자, 정진하되 질투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내일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자기만족에서 끝난다 하더라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기억해 줄 것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한다.   


지금의 내 인생이 불행하냐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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