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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Apr 26. 2021

내 소울푸드 햄버거

햄버거집인지 토스트 가게인지 알 수 없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빵 위에 깨가 뿌려져 있는 햄버거를 먹었다. 집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신기하고, 흔치 않았던 경험이었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느꼈던 즐거움만은 생생하다. 그게 내 기억 속의 가장 처음 먹은 햄버거였다.     


그다음 기억의 햄버거는 맥도날드였다. 가족들과 종종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외식은 자주 하지 않았지만, 영화관에는 종종 갔었다. 영화는 대체로 아침 시간에 보러 갔고 끝날 때쯤은 점심이었다. 그래서 1층에 있는 체인점에서 음식을 사서 집에 와서 먹었다.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었지만 부족했다. 그런 참에 햄버거는 내 허기를 적절하게 달래줬고, 영화관을 다녀온 뒤 가족들과 먹는 햄버거는 즐거웠다.     


꽤나 오랜 기간 내게 햄버거란 맥도날드를 지칭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동네에 버거킹이 생겼다. 가격이 비쌌기에 자주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맥도날드보다 가깝고 지금까지 먹던 햄버거들과는 다른 맛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방문했다. 친구들과 성공해서 버거킹도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그때 버거킹은 우리에게 성공한 사람의 상징 같았다.     


그렇게 우리 동네의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우리의 약속 장소가 되었다. 친구와 술을 먹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도 가고,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 이제 패스트푸드는 당분간 안녕이라는 다짐을 하러 가기도 했다. 나중에는 우리가 햄버거를 먹으러 음식점을 가는 건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뀌듯, 동네의 가게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추억이 담긴 영화관이 있는 건물의 맥도날드는 없어지고, 집과 더 가까운 곳에 새로운 맥도날드가 생겼다. 맘스터치도 새로 생기고, 수제버거를 파는 여러 음식점들이 생겼다. 그래도 여전한 게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햄버거를 좋아한다. 햄버거를 먹으러 가게로 들어가면 보이는 자리마다 남은 추억의 잔상들도 좋아한다. 창가 자리에서 친구들과 했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시험을 망치고 고민하며 먹었던 찝찝한 맛의 햄버거, 모두 이제는 그리웠던 기억들로 남아있다.     


이런 게 소울푸드가 아닌가 싶다. 나와 같은 고향은 아니지만, 가끔 쓰레기 음식이라고 불릴 때도 있지만 음식을 먹으면서 포만감 그 이상을 느낀다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나는 어제 좋아했던 것처럼, 오늘도 햄버거가 좋다. 그리고 내일도 좋아할 것이다. 내일의, 내년의 내 햄버거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또 어떤 추억들을 쌓아나갈까? 내가 놓치고 있지만 언젠가 떠올릴 추억,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기억들이 햄버거를 단순한 음식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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