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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May 21. 2021

시간의 농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정말 재밌게 보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최승권이 함께 감옥에서 생활한 박새로이와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장면이다. 7년 뒤 주인공은 자신의 1차적인 목표를 이루었다. 반면 최승권은 여전히 건달로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박새로이를 비교를 하며 시간의 농도가 달랐다는 이야기를 한다. 7년 전 출발점도 같았고, 주어진 시간의 양도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 이유를 그는 자신과 박새로이의 시간의 농도가 달랐다는 점에서 찾았다.     


대학교 때 알고 지내던 형이 있었다. 주식을 보며 공부하는 형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주식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생각과 함께, 허황된 것을 좇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형이 주식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증명되었다. 그때는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맞는 것이었다.     


남이 잘 되었다는 사실에 배가 아팠기보다는, 내가 무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배가 아플 자격이 없었다. 그 형이 잡은 기회는 내 앞에도 똑같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준비도 부족했고 노력도 안 했다. 그런 내가 그 형을 보며 질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오히려 돈을 벌면서도 집에 부담이 되고 내 멋대로 살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부끄러움을 느꼈다. 젊었을 때 놀지 언제 노냐며 이기적으로 살았던 시절도 기억이 낫다.     


단순히 그 형이 돈을 벌었으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것은 목표로 한 것에 가까워지는 형과 손 사이로 시간을 흘려보낸 나 사이에 괴리감이다. 서로가 보낸 시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재판이 열린다면 단순히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내가 살아온 것을 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그만큼 차이는 극명했다.     

내 삶에서 앞으로 기회라고 여겨질 일들이 몇 번이나 더 올진 모르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나만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기회를 잡는 편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내가 살아갈 삶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나온 장면에서, 조연에서 내가 보였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주인공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내 모습에 씁쓸한 맛이 낫다. 내 인생의 다음 장면에서, 내가 마주할 내 인생의 한 컷 속에서 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내 삶의 밀도는 오늘부터 달라질 것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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