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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Aug 03. 2021

내 노력으로 유지되는 관계

내 노력'만'으로 유지되는 관계

박수도 서로가 맞아야 소리가 난다. 그런데 이는 박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싸움이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서로 마주하고 행동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한쪽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를 지나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서 유지되던 관계들은 정리되었다. 같은 반이기 때문에, 같은 수업을 듣기 때문에, 같은 학과이기 때문에 지속되던 관계들은 그 이유가 사라지면서 끝났다. 그리고 남은 관계들은 그게 우정이든, 채무관계든 다른 원인으로 이어진 것들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내 노력만으로 유지되던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주변에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상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관계도 있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그런 존재로 생각할 것이란 걸 느끼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 상대방을 내가 연락하고 만나려고 노력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상대가 약속을 깨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내가 참아야 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 사람은 나를 꼭 만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나는 어쩐지 그 사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뜩 내가 앞의 이유들을 견디며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을 돌보기도 힘든데, 내가 그런 사람들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냐는 회의감이 마음에 퍼져갔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그쪽에서 끝낼 수 있다고 느껴지는 관계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말한다던가, 관계를 끊기 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만나자고 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연락이 오고 나를 찾는다면 만나고 아니라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연락은 오지 않았고, 관계 또한 저절로 멀어졌다. 물론 나도 굳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 딱 그 정도의 사이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결심을 처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 나를 막았던 것은,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원래 관계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었다. 나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정의하고 매번 내가 먼저 상대에게 매달렸다. 물론, 상대는 그런 부탁을 한 적은 없다. 그 런만큼 상대도 내 매달림에 응해줄 이유도 없었다. 결국에는 내가 지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내 특성을 보고 내린 결론이 아니라 내 특성을 결정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내 노력만으로 유지되는 관계를 그만두기로 했다. 언제든 상대방이 끝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마음속에서 치운다면 저절로 정리가 될 사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만 미련을 갖지 않는다면 해결될 문제였다. 요즘에 생각하는 친구란,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이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나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만나기 위해 내가 노력하고 내가 맞춰야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쓸 시간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소통해 주는 사람들을 한번 더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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