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의 무게
영화는 현실을 참고해서 만들지만 가끔은 영화보다도 믿기지 않는 현실도 있다. 블리드 포 디스는 복싱 챔피언 비니 파시엔자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뒤 부상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사고로 인해 망가진 몸을 다시 링 위에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넘을 수 있는 벽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끊임없이 부딪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속에도 뜨거움이 느껴졌다.
영화 속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최근에 간절하게 바란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최근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며 내가 간절하게 바랬던 일들에까지 닿았다. “그때 나는 얼마나 간절하게 바랬을까?” 그리고 “그 간절함에 맞는 노력을 했을까?” 하는 의문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많이 들었던 노래의 구절이 떠올랐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얼마나 절실하니?”라는 가사가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Mc sniper의 better than yesterday라는 곡에서 나오는 구절인데, 마치 스스로에게 질문을 걸어오는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 내게 그 기회를 위해 절실하게 노력했는지 물어본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영화를 보고 어느 정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절실하게 노력한다는 말은 비니 파시엔자가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에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영화를 보고 혹자는 그의 모습에서 무책임함을 떠올릴지 모른다.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걱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심만을 우선시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나도 만일 그가 내 가족이었다면 뜯어말렸을 것 같다. 그만큼 위험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그가 이룬 일들은 충분히 대단했고 다른 이들에게도 인정받았다. 새로운 도전, 그것도 위험한 도전은 더 이상 그에게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었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우리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비니 파시엔자도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마음속에도 불안감이 존재했을 것이다. “자신이 죽지는 않을지”, “소중한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지는 않을지” 하는 두려움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포에 먹히는 거 대신에 자신의 몸을 내던져 도전하기를 선택했다. 그는 두려움 너머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도 간절히 바라던 일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큼 간절하게 원했을까? 그 마음에 맞는 노력을 했을까? 이런 물음들이 내 하루의 마지막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