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낯글 Sep 08. 2021

혼자서 떠나본 여행

대학생 시절 한창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고서 사람들이 말하는 간증에 가까운 경험을 듣고 있자니 어쩐지 가지 않으면 손해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혼자서 여행을 떠나 보기로 했다.     


물론 원래도 혼자서 다니는 걸 잘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완전히 혼자 떠나지는 않았다. 친구와 둘이 유럽여행을 가는 일정에서 일주일 정도를 떨어져서 지내기로 했다. 친구와 헤어지기 며칠 전부터 이제 곧 혼자서 다녀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헤어지고 기차에서 여행지를 유럽으로 선택한 것이 실수였나 싶었다. 어딘가 멀리 떨어진 세계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상태였다. 던져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불편한 마음에도 내가 밖에서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까지 와서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땅만 보면서 밖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숙소에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혼자라는 미묘한 감정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친구와 다시 만날 때까지도 혼자서 떠난 여행의 장점이라든가, 얻은 점이라 할 점은 찾지 못했었다. 신선한 경험들은 재밌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더 즐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마음속에는 혼자 하는 여행은 물음표 혹은 세모로 남아 있었다.     


두 번째 혼자 떠나는 여행은 비교적 가까운 나라인 일본으로 갔다. 이미 유럽에서 혼자 다녀보며 자신감도 붙었고, 여러 번 가본 나라인 일본이니 혼자서 여행을 떠나도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첫날은 나름 즐겁게 보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해방감과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돌아다녔다. 하지만 둘째 날이 되고서부터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물론 내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는 자유와 혼자만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로움이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자유도 재미가 없어졌고, 혼자서 생각하는 것도 내 선택이 아닌, 할 것이 없어서 혼자만의 생각을 강요받는 기분이었다.     


유럽에서는 유럽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처음 만난 한국인들과도 즐겁게 놀거나 동행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 여행을 와서 동행을 구하는 사람도 적었고 혼자 여행을 온 사람들은 더 적었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일본인에게 말을 걸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만 갔다. 길에서 보이는 사람들, 창문 밖에 보이는 웃으며 이야기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같은 공원을 5번쯤 다녀오고, 저녁에 있는 유명한 축제도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을 때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때라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내 선택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두 번의 혼자서 떠난 여행을 통해서 나는 혼자 다니는 여행이 맞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남들이 말하던 장점들이 내게는 신기루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부족해 보이거나, 자신을 찾는 여정을 떠나지 못하는 겁쟁이로 보일지 모른다.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안 맞는 것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는 궁금증이나 주변의 유행이 아닌, 나의 필요가 내 여행의 동기가 되어줄 것이다.     


다른 일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 하고, 사회적으로 유행하더라도 내게 맞지 않는다면, 내게 필요하지 않다면 아니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확인을 해보지도 않고 단정 짓는 것보다는 일단은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험을 하는 주체는 나다.     

작가의 이전글 블리드 포 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