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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27. 2022

맥줏집에게 배웠다.

동네에 가게가 자주 바뀌는 곳이 있었다. 일식집, 한식집 등등 들어왔지만 얼마 못 가서 바뀌었다. 그 장소를 우리는 몫이 별로 좋지 못한 자리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기로 한 날이 있었다. 그날따라 항상 가던 가게 말고 새로운 가게를 가보고 싶어서 핸드폰으로 각자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 이야기하던 중 가게가 빈번히 바뀌는 자리에 맥줏집이 새로 생긴 것을 보았다. 수요와 공급이 맞았기에 가게로 들어갔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음식점은 얼마나 버티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고 다른 가게가 생기기 전에 맛이라도 봐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친구들과 가게를 이 장소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각자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봤을 때 여기는 어떤 가게였는지, 그리고 그다음은 뭐로 바뀌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가게가 오래 있지 못하고 자주 바뀌었다는 것이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동네에 다양한 생맥주를 파는 가게가 적기 때문에 이 가게는 금방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다. 음식을 먹고 그 마음은 더욱 커졌다.     


음식과 맥주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맥주도 맛있었고 음식들도 입맛에 맞았다. 그리고 사장님의 열정도 느껴졌다. 가게를 연지 얼마 안 되어서 모르는 점이 많다며, 이런저런 피드백을 물어보시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런 가게는 없어지지 않고 남아 줬으면 했다. 주변에 있다면 자주 찾을 것 같았다.      


그 뒤로 한동안 친구들과 만날 약속이 있거나 술 약속이 생기면 그 가게를 찾아갔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창업한 가게가, 내 맘에 들었던 가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물론 기본적으로 맛있는 음식점이기 때문에 갔다. 나중에는 친구들은 내게 그 음식점에 투자한 것은 아니냐고 장난 삼아 물어보기도 했다.    

 

나도 내 생활이 바빠져서 어느새 방문이 뜸해졌다. 오고 가다 눈에 들어오면 ‘아직 잘 있구나! 다행이다.’ 안도하면서 다녔다. 그 자리에서 버티며 있는 가게를 보고 그전에 있던 음식점들과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여러 가게가 망했던 장소,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버티는 모습이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고, 운이 나빴던 것이라고 등등 다양한 핑계를 내 실패의 이유로 붙이지는 않았나?’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묵묵하게 노력하는 모습의 중요성을 배웠다.     


군 생활을 함께한 후임에게 연락이 왔다. 만날 장소를 생각하다 오랜만에 그 가게로 가기로 했다. 새로운 메뉴들이 생겼다. 반대로 사라진 메뉴들도 있었다. 그것도 연구와 발전의 결과일 것이다. 버티고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보지 못하던 사이에도 치열하게 노력 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사라진 것은 아쉬웠지만, 매일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고 응원하기로 했다. 새로운 메뉴도 역시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누우니 문뜩 생각이 들었다. 일일신 우일신 하며 버티던 음식점과 내 삶의 모습을 비교했다. 나는 올바른 방향성 가지고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의 담백한 발전과 변화가 내게 울림을 줬다. 변화 없이 오늘처럼 내일을 살아가려는 내게 자극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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