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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Mar 19. 2022

낯가림하는 선생님

새 학기가 다가오면 설렘과 떨림을 느낀다. 그런데 학창 시절에 느낀 떨림과는 다르다. 그때는 승객의 입장이었다면, 자금은 선장의 입장이다.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전 승객은 기대와 설렘을 느낀다. 반면 선장은 책임감과 긴장감을 느낀다. 알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승객과는 다르게 선장은 알 수 없는 것들을 변수라 느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나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낯가림이 있다. 따지자면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학생 때도 새로운 반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었다. 낯가림은 여전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것은 교실에 있는 모두가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점과 내가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내가 만났었던 담임 선생님들은 어땠을까? 나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서툰 사람은 없었을까? 그들 중에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 부담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를 마치 이미 알고 지내던 것처럼 대했다. 그게 직업의식에서 나온 것인지 의무감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교사가 되기 전까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도 있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람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그들을 떠올린다. 과거의 선생님들은 새 학기에 우리를 맞이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는 이번 학기도 그들의 마음을 상상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3월이다. 봄이다. 겨울이 지나 봄을 맞이할 때 부끄럼을 타는 건 꽃만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나는 꽃이 아니기에 오늘도 나는 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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