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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un 05. 2022

기대와 서운함 그리고 욕심

수업을 준비하다가 나도 모르게 상상에 빠질 때가 있다. 이 활동은 아이들이 이래서 좋아할 거고, 이 부분은 이런 이유로 열심히 참여해 주겠지 상상을 한다. 그런 동안 내 머릿속의 교실에서는 내가 발화에 따라 이상적인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다르다. 내가 준비한 수업의 수준이 맞지 않아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거나,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긴다.     


내 기대와는 다른 교실의 모습에 나는 이내 실망감을 느낀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생긴다. 학생들은 그저 자신들이 수업을 듣고 나오는 반응을 했을 뿐 잘못은 없다. 그걸 알고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큰 기대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받았다. 결국, 내가 맘대로 한 판단과 생각이 문제였다. 내 욕심으로 인한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은 인간관계에서도 존재했다. 다른 사람에게 했던 기대와 예상은 실망으로 이어지곤 했다. 내가 멋대로 한 기대였지만, 비난의 화살은 상대에게 향했다. 내가 내린 마음속의 결론 때문에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는 것에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동안 어그러진 인간관계도 많이 있었다. 돌아오는 만큼 얻은 것들도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에게 회의적이거나 인간관계에 부정적이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인간관계의 난이도를 높이던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알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내 생각으로 채워버리는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 않다. 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과 다르다. 내가 느낀 답답함은 상대도 느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들을, ‘그래 너는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지 않다면,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래 너는 그럴 거야’에서 ‘그래 너는 그렇구나’가 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더 이상 상대방이 내 기대와 다르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속상해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오늘도 교실에서 인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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