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건 악에 가깝다. 1.

인간의 선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by 개똥밭

자본주의와 능력주의가 합리적 시스템으로 견고히 자리매김한 현대 사회에서 '바쁘다'는 표현은 단순한 상태 묘사를 넘어선다. 누군가가 바쁘다는 것은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이는 그 사람이 '능력자'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간접적 증거로 인식된다. 그래서 '바쁘다'라는 상태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긍정적 가치를 내포하게 되었고, 때로는 타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바쁨'이라는 상태에 성공과 인정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973년 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베이트슨은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통해 상황적 요인이 사람들의 도덕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신학생들에게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는데, 일부에게는 "서두르세요, 이미 늦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합니다"라고 알렸다. 이동 경로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쓰러져 있도록 설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의 학생들은 단 10%만이 쓰러진 사람을 도운 반면, 시간 여유가 있던 학생들은 63%가 도움을 제공했다. 이 실험은 우리의 도덕적 행동이 개인의 성격이나 신념보다 상황적 요인(시간 압박)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성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인간의 선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이십여년 전 일이다. 아침 바쁜 출근길.. 도로는 이미 버스와 택시, 자가용으로 꽉차 있었고 버스 안도 만원이었다. 나도 그 만원 버스에 시작부터 탈진한 상태로 반쯤 넋이 나간채 실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창 밖에 정신이 번쩍드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어쩌다 도로에 난입한 개 한 마리...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경적과 엔진 소리에 개는 어찌할 줄 모르고 차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진행 신호인 녹색등이 켜지자 출발하려던 택시는 바로 앞에 있는 개를 피하지 못한 채 크락션을 누르기만 했다. 앞 상황을 알지 못하는 뒤차들은 더욱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로 자신들의 조급함을 드러냈다. 그때 개의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터졌다. 버스 안에서는 여성들의 비명과 남성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 택시가 그 개를 그대로 밀고 지나간 것이었다




유튜브 채널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소개한 문화 평론가 이동진 씨는 이런 말로 해당 영상을 마무리했다.


바쁜 건 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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