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부모에 가려진 아이의 성장 시간
1973년 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베이트슨은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통해 상황적 요인이 사람들의 도덕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선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요즘 간간이 시청하는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김은숙 작가와 안성재 쉐프의 출연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은 단순한 유명인을 넘어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거장들이다. 그러나 내 마음에 더 강하게 남은 것은 그들의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솔직한 고백이었다.
안성재 쉐프는 '워라벨'에 관한 손석희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업계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제 경험상, 제가 그랬듯이 더 많은 시간을 미치광이처럼 투자하고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워라벨을 지키면, 미래의 워라벨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미슐랭 원스타를 받고 나서야 흔히 말하는 '사정이 좋아졌지만', 제 아이가 태어날 때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 열심히 요리하며 삶의 여건은 나아졌지만, 요즘 말하는 워라벨, 그런 균형은 제게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저 일뿐이었죠."
"살아오면서 가족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미국 식당을 접고 한국에 온 것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죠. 미국의 많은 쉐프들이 과도한 업무와 압박, 스트레스로 삶의 균형을 잃고 있는데, 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글로리', '미스터 션샤인'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드라마 작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은숙 작가 역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고백을 들려주었다.
"왕관(최고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죽어라 일만 했죠."
이어진 대화에서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그 '왕관'이 요구한 대가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는 제가 희생한 게 아니라, 가족들이 희생했습니다. 아이는 엄마 없이 혼자 자랐고, 남편은 아이를 돌보면서 자기 일도 해야 했어요. 저는 굉장히 이기적으로 제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을 향해 이렇게 사과했다.
"그 모든 순간에 엄마가 미안했어."
언젠가 지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동네에 정말 장사가 잘되는 부대찌개 식당이 있어. 너무 부러워서 그 사장에게 장사 잘돼서 좋겠다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어."
"장사만 잘되면 뭐하나요... 애들이 망가졌는데."
바쁜 부모는 나쁜 부모가 될 수 있다.
왜냐 하면, '바쁨'은 당신의 선함과 현명함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