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으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꼼수 전쟁
다를 아시겠지만, 현재 자영업계는 역대급 가뭄에 말라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이때가 기회다. 라는 듯, 빨대 갯수를 갈수록 늘리며 한 방울의 피까지 쭉쭉 빨아 대고 있습니다. 이러니 자영업자, 특히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들 상당수는 피골이 상접한 상황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설하고 ‘본사 창업’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전 회차들을 통해 가맹점이 아닌 ‘본사’ 창업을 희망하거나 현재 운영 중인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물류’ 즉, 가맹점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운용하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업’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든 ‘장사’라는 조금 '싸' 보이는 단어든, 이윤을 목적으로 사람들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에서 그 이기심(내 이윤)을 조율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이전 회차에서 제가 경험한 사례를 위주로 설명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 사례가 ‘물류’이며 물류 통제가 어려운 이유가, 자사의 이윤(일명 로열티)을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에 붙이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이런 수익 시스템임) 어떻게 하든 필요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독점적으로 납품하려 통제하지만, 가맹점은 어떻게 하든 더 낮은 가격으로 본사의 통제를 피해 시중에서 구매하려 하는 ‘꼼수’ 때문이라 했습니다.
오늘은 그 ‘꼼수’의 비화를 써 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제가 모 피자 브랜드 가맹점주일 때 겪었던 일입니다. 피자 재료 중 가장 공통적인 재료 하나가 바로 ‘피망’입니다. 이유는 영양 성분과 맛의 발란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색감’ 때문입니다. 음식도 외관이 ‘컬러풀’해야 식욕을 땡기기 때문이죠. 피망은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등 색이 굉장히 다양한 데다 육질이 두꺼워 오븐에서 잘 타지 않아 피자 업계에서는 거의 필수 식자재입니다.
그런데 이 피망을 본사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피망은 시장은 물론 동네 슈퍼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 본사는 빨간색 피망의 대안이 될 묘수를 찾아낸 겁니다. 수입산 ‘스위트 페퍼’ 통조림을 기준 재료로 명시하고 납품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피망과 같은 남미산 고추인데, 빨간색이 선명한 고추로서 설탕 시럽에 담긴 통조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빨간색 피망 대신 이 통조림을 가맹점들이 사용하게 한거죠.
그런데 이 통조림은 시중에서(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하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알고 보니 이 재료는 당시 해당 브랜드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처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재료는 본사가 크게 간섭하지 않아도 점주들이 알아서 본사를 통해 구매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이렇게 해당 스위트 페퍼 통조림은 해당 브랜드가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점주들이 이 통조림을 수입하는 도매상을 찾아낸 겁니다. (점주들도 대단합니다.) 점주들은 그 도매상으로 몰려가 (물론 아는 동료 점주들끼리만) 그 통조림을 사재기했습니다. 본사 납품가가 한 통에 2만 원인데, 해당 도매상에서는 1만 원에 구매 가능했거든요.
그 이후 워찌 됐을까요? 본사는 해당 재료 납품 수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이상을 느끼고 사태를 파악하게 된 거죠. 이후 본사는 해당 도매상에 개별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날 이후 점주들이 해당 통조림을 시중에서 구매하지 못했죠.
이런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새로 출시된 신제품에 특이한 치즈가 사용되었는데 이게 시중에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당연히 점주들은 본사가 아닌 시중에서 구매하기 시작했고, 본사는 해당 재료 납품 물량이 줄어들 자, 이에 맞대응으로 해당 재료를 원산지를 미국에서 이탈리아산으로 바꾸고 재료 통제에 나섰습니다. 맛대가리는 미국산 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제품이었지만, 본사 입장에서는 맛을 포기하더라도 가맹점에 대한 원부자재 통제가 더 우선이었던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가맹점 필수 품목이(반드시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하는 원부자재) 아닌 크림치즈가 어느 날 온라인 쇼핑몰에 저렴하게 특가로 나오자, 점주들이 이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 구매에 나섰습니다. 이 정보를 입수한 본사가 해당 치즈 전문 수입업체에 압력을 넣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당 상품을 내리게 만든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때요? 대단하죠?
자 이처럼 프랜차이즈에서 일명 ‘물류’라 불리는 원부자재 유통 관리와 통제는 굉장히 사업의 핵심인 만큼, 뜨거운 감자이며, 분쟁의 씨앗입니다. 그리고 ‘꼼수의 전쟁’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