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날카로운 첫 비리의 추억

아직도 비리는 능력인가? 1편.

by 개똥밭

좀 도발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비리'를 저질러 보았는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정의, 공정'이 아닐까 해서다. '코로나'라는 세기말적 재난을 뺀다면 요즘 매우 핫한 이슈인 '부동산' 문제, 그리고 요즘 '의료 분쟁' 문제도 사실 그 뿌리는 '정의, 공정'인 만큼 진정한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내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기사의 주제도 대부분도 정의, 공정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나 입바른 글을 써 올린 나는 청백리같이 청렴하고 히어로 물의 영웅들처럼 정의로웠을까? 그리고 정의의 여신 디케만큼 공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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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가 있겠는가... ^^;


일단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저질렀던 '첫 비리'는 뭐였을까? 떠 올려보았다.


사실, 기억을 더듬을 필요는 없다. 첫 키스만큼이나 강렬한 '첫 비리'를 잊을리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기억을 더듬어 보라... 뭐 타고난 소시오패스 또는 후천적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콩닥콩닥' 거리는 새가슴으로 저질렀던 인생의 첫 비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나의 첫 비리는 '방위'때였다. 아~ '방위'가 뭐냐고? 정식 명칭은 '단기사병' 그러니까 지금 비슷한 명칭이 있다면 아마 '공익근무요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예비군 훈련 관리를 주 업무로 했다.


신병으로 예비군 중대본부에 처음 출근했던 날... 내가 고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여기서 '업무사수'로 근무하면 나갈 때쯤 '포니' - 지금으로 따지면 '아반떼' 급 정도의 차 - 한대는 뽑아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예비군에게 돈 받고 훈련 빼주는 비리가 암암리에 횡행했다는 거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비군 훈련을 관리를 업무로 하는 '행정업무 사수', 즉 '한 줌의 권력'이란 완장을 찬 고참 병사가 할 수 있었던 비리였다.


어쩌다 보니 내가 '한 줌의 권력'을 가진 업무 사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서 예비군 야간 훈련이 있었다. 훈련 시간이 다되어 갈 무렵 나는 사무실 책상에서 곧 시작될 훈련 준비로 분주했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책상 위로 만 원짜리 두장과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던졌다. 그 뒤로 두어 명이 더 들어오더니 그 사람처럼 돈을 던졌다.


"야! 알지, 나 장사하는데 오늘 바빠서 안 되겠다."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그날이 오늘 온 것이었다. 그것도 대 놓고 돈을 던지며 알아서 빼라는 거였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이게 뭡니까? 이런 거 안됩니다. 가져가세요!" 난 내게 던 저진 그들의 유혹을 단호히 거부했다.

"어~ 뭐야? 야! 이거 이전부터 다 이렇게 했던 거야~ 뭐가 안돼~"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안됩니다. 가져가세요"

"헐... 별 넘 다 보겠네..."


그들은 나를 별종 보듯이 보고는 책상 위의 돈을 챙겨 돌아갔다. 그 예비군들이 나간 후 난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며 내게 불현듯 다가온 유혹을 잘 이겨낸 대견함을 뿌듯해했다. 그런데 그 대견함을 무척이나 아니꼽게 본 이들이 있었다. 바로 내 쫄따구(부하사병) 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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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상병님, 옆 중대는 오늘 회식한답니다. 오늘 거둔 돈이 짭짤하다면서 그쪽 중대 빽상병님이 고깃집에서 한턱 쏜다고 하던데.. 우리는 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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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난 옆 중대로 쏜살같이 달려가 내 동기인 '빽상병'에게 따지듯 물었다.


"야 니네 예비군에게 뒷돈 받은 걸로 회식하냐?"

"아~ 짜슥... 이런 날, 애들 회식시켜주는게 관행이잖아... 남는 건 우리가 챙기고... 고참이 돼가지고 뭐 하냐? 무능한 거야.. 아니면 쫄보인 거야?"


난 그의 "무능한 거야? 쫄보인 거야?"라는 말에 자존심이 무너졌다. 특히나 바로 옆에 내 직속 쫄따구가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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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성을 상실한 건지... 아니면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쫄따구를 끌고 아까 돈 주고 훈련을 빼려 했던 예비군 중 한 명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저씨, 그 돈 다시 주세요!! 훈련 빼드릴게요!!"

"뭐! 다시 달라고?....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야! 돈 안 받은 놈도 니가 처음이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돈 달라고 한 놈은 진짜 니가 첨이야! 희한한 쉐키네~"


난 그 돈으로 퇴근 후 쫄따구들에게 회식을 시켜주고 고참의 위신을 세웠다. 그리고 그렇게 난 그들에게 '무능하지도 않고 더더욱 쫄보는 아니다'라는 본때를 보여줬다. 그러나 기분은 정말 꿀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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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비리의 경험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씁쓸함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는 '비리'가 '대범함, 능력'과 같은 의미로 취급받던 시대였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아~ 지금도 그런가? ^^;;


이제 나의 '비리' 시리즈의 1편을 올렸다. 바로 이어 연재로 올리지는 않더라도 이제 몇 편의 비리 이야기가 더 올라갈 것이다. 물론 주로 이런 자잘한 생활형 '비리'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혹자는 '비리' 축에 못 낄 이따위 쪼잔한 이야기를 써 올리냐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유수의 언론사에 나올 법한 그럴듯한 '비리' 이야기가 없지는 않다. 당연히... '공소시효'가 모두 끝난 이야기들 중에서 말이다. ^^;;


그러나 그런 거나한 비리 이야기는 내가 들려 드리지 않더라도 이미 비슷한 이야기들이 넘치도록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난, 여러분 바로 옆에서 친근하게 벌어지는 '비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그리고 그 찌질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용인한 작은 비리가 결국 기사 일면을 장식하는 엄청난 비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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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뉴욕에 비가 내린다'라는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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