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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Sep 03. 2020

8화. 날카로운 첫 비리의 추억

아직도 비리는 능력인가? 1편.

좀 도발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비리'를 저질러 보았는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정의, 공정'이 아닐까 해서다. '코로나'라는 세기말적 재난을 뺀다면 요즘 매우 핫한 이슈인 '부동산' 문제, 그리고 요즘 '의료 분쟁' 문제도 사실 그 뿌리는 '정의, 공정'인 만큼  진정한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내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기사의 주제도 대부분도 정의, 공정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나 입바른 글을 써 올린 나는 청백리같이 청렴하고 히어로 물의 영웅들처럼 정의로웠을까? 그리고 정의의 여신 디케만큼 공정했을까? 

그럴리가 있겠는가... ^^;


일단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저질렀던 '첫 비리'는 뭐였을까? 떠 올려보았다.


사실, 기억을 더듬을 필요는 없다. 첫 키스만큼이나 강렬한 '첫 비리'를 잊을리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기억을 더듬어 보라... 뭐 타고난 소시오패스 또는 후천적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콩닥콩닥' 거리는 새가슴으로 저질렀던 인생의 첫 비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나의 첫 비리는 '방위'때였다. 아~ '방위'가 뭐냐고? 정식 명칭은 '단기사병' 그러니까 지금 비슷한 명칭이 있다면 아마 '공익근무요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예비군 훈련 관리를 주 업무로 했다. 


신병으로 예비군 중대본부에 처음 출근했던 날... 내가 고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여기서 '업무사수'로 근무하면 나갈 때쯤 '포니' - 지금으로 따지면 '아반떼' 급 정도의 차 - 한대는 뽑아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예비군에게 돈 받고 훈련 빼주는 비리가 암암리에 횡행했다는 거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비군 훈련을 관리를 업무로 하는 '행정업무 사수', 즉 '한 줌의 권력'이란 완장을 찬 고참 병사가 할 수 있었던 비리였다.


어쩌다 보니 내가 '한 줌의 권력'을 가진 업무 사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서 예비군 야간 훈련이 있었다. 훈련 시간이 다되어 갈 무렵 나는 사무실 책상에서 곧 시작될 훈련 준비로 분주했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책상 위로 만 원짜리 두장과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던졌다. 그 뒤로 두어 명이 더 들어오더니 그 사람처럼 돈을 던졌다.


"야! 알지, 나 장사하는데 오늘 바빠서 안 되겠다."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그날이 오늘 온 것이었다. 그것도 대 놓고 돈을 던지며 알아서 빼라는 거였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이게 뭡니까? 이런 거 안됩니다. 가져가세요!" 난 내게 던 저진 그들의 유혹을 단호히 거부했다.

"어~ 뭐야? 야! 이거 이전부터 다 이렇게 했던 거야~ 뭐가 안돼~"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안됩니다. 가져가세요"

"헐... 별 넘 다 보겠네..."


그들은 나를 별종 보듯이 보고는 책상 위의 돈을 챙겨 돌아갔다. 그 예비군들이 나간 후 난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며 내게 불현듯 다가온 유혹을 잘 이겨낸 대견함을 뿌듯해했다. 그런데 그 대견함을 무척이나 아니꼽게 본 이들이 있었다. 바로 내 쫄따구(부하사병) 넘들... ^^;;;

"개똥상병님, 옆 중대는 오늘 회식한답니다. 오늘 거둔 돈이 짭짤하다면서 그쪽 중대 빽상병님이 고깃집에서 한턱 쏜다고 하던데.. 우리는 뭐 없나요?"

 

그 말에 난 옆 중대로 쏜살같이 달려가 내 동기인 '빽상병'에게 따지듯 물었다.


"야 니네 예비군에게 뒷돈 받은 걸로 회식하냐?"

"아~ 짜슥... 이런 날, 애들 회식시켜주는게 관행이잖아... 남는 건 우리가 챙기고... 고참이 돼가지고 뭐 하냐? 무능한 거야.. 아니면 쫄보인 거야?"


난 그의 "무능한 거야? 쫄보인 거야?"라는 말에 자존심이 무너졌다. 특히나 바로 옆에 내 직속 쫄따구가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때 이성을 상실한 건지... 아니면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쫄따구를 끌고 아까 돈 주고 훈련을 빼려 했던 예비군 중 한 명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저씨, 그 돈 다시 주세요!! 훈련 빼드릴게요!!"

"뭐! 다시 달라고?....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야! 돈 안 받은 놈도 니가 처음이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돈 달라고 한 놈은 진짜 니가 첨이야!  희한한 쉐키네~"


난 그 돈으로 퇴근 후 쫄따구들에게 회식을 시켜주고 고참의 위신을 세웠다. 그리고 그렇게 난 그들에게 '무능하지도 않고 더더욱 쫄보는 아니다'라는 본때를 보여줬다. 그러나 기분은 정말 꿀꿀했다.


내 첫 비리의 경험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씁쓸함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는 '비리'가 '대범함, 능력'과 같은 의미로 취급받던 시대였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아~ 지금도 그런가? ^^;;


이제 나의 '비리' 시리즈의 1편을 올렸다. 바로 이어 연재로 올리지는 않더라도 이제 몇 편의 비리 이야기가 더 올라갈 것이다. 물론 주로 이런 자잘한 생활형 '비리'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혹자는 '비리' 축에 못 낄 이따위 쪼잔한 이야기를 써 올리냐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유수의 언론사에 나올 법한 그럴듯한 '비리' 이야기가 없지는 않다. 당연히... '공소시효'가 모두 끝난 이야기들 중에서 말이다. ^^;;


그러나 그런 거나한 비리 이야기는 내가 들려 드리지 않더라도 이미 비슷한 이야기들이 넘치도록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난, 여러분 바로 옆에서 친근하게 벌어지는 '비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그리고 그 찌질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용인한 작은 비리가 결국 기사 일면을 장식하는 엄청난 비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북경의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뉴욕에 비가 내린다'라는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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