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건 AI도, 소년병도, 뉴진스도 아니다

완성되지 않은 영혼에게 무기를 쥐어준 어른들의 책임

by 개똥밭

요즘 뉴진스 사태가 연일 화제입니다. 화제의 크기는 그들의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정작 여론은 뉴진스 멤버들에게 '배은망덕'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20살 전후인 아이들에게 이건 좀 가혹한 게 아닐까요?


"성인이니 스스로 책임져야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20대가 예전의 성인 수준이던가요?요즘은 20대는 예전 10대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에서 말입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일지 몰라도, 경험과 판단력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성장 중인 존재들입니다. 결국 문제는 부모이고, 이 사태를 일으킨 민희진 같은 어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이 다른 듯 같은 이야기 - AI에 대한 두려움.


전혀 다른 맥락 같지만, 비슷한 본질을 가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AI에 대한 공포죠.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지배할까봐, AI가 인류를 파괴할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정말 무서워해야 할 건 AI 그 자체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진짜 문제는 그 AI를 학습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입력하는 데이터입니다. AI는 결국 학습한 것을 반영할 뿐이거든요.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편향된 AI가 되고, 증오와 혐오를 학습하면 그것을 재생산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영향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소년병의 잔혹함이 누구의 책임인가


예전에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특히 캄보디아의 '소년병'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순진 무구한 아이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니 어른보다 더 잔악한 살육을 벌였다는 끔찍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그 아이들의 잘못이었을까요?


AI도 그렇고, 소년병도 그렇고, 뉴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기를 쥐어준 건 어른입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영혼에게 가공할 자동소총을 쥐어 주며 어른들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이걸로 니가 하고 싶은데로 해봐' 그러니 어찌되었을까요?


완성되지 못한 영혼이란 '철학'의 부재, '경험'의 부재를 뜻합니다. 판단의 기준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힘이나 권력, 또는 영향력을 갖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년병은 생사의 권력을, 뉴진스는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AI는 정보와 판단의 권력을 갖습니다. 하지만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내면의 나침반이 없는 거죠.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


AI에게는 올바른 철학을 가진 엔지니어로부터 건강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고, 아이들은 철학과 인문학이 적절한 수준에 이른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교육받고 조언받을 때 비로소 올바른 태도를 갖춘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뉴진스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전략과 술수를 가르치는 어른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성숙한 어른 그리고 부모였습니다.


똑똑함과 윤리는 별개다


위험한 건 AI 그 자체도, 소년병도, 뉴진스도 아닙니다. 그들을 키운 어른들입니다.

정보를 많이 알고 전략을 짤 줄 알면 똑똑해 보입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유능하다고 평가하죠. 그런데 똑똑하다고 해서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거든요.


민희진이 똑똑한 사람인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전략가로서 능력이 있는가? 결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옳은 일을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는 또 어떠한가요?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현명한 조언을 했어야 했습니다. 20살 전후의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의 전쟁을 치르게 한 것, 그들이 감당해야 할 대가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는지 의심스러운 것,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어른의 책임


우리는 AI를 두려워하기 전에 AI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잔혹한 소년병에 경악하기 전에 그들에게 총을 쥐어준 악마같은 어른들의 존재를 깨달아야 합니다. 되발아진 뉴진스를 비난하기 전에 그들을 그 자리에 세운 어른들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영혼에게 필요한 건 힘이나 권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 바로 철학입니다.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고, 그것을 방기했을 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소년병의 잔혹함이고, AI의 편향이고, 20살 아이돌의 비극이죠.


뉴진스 사태를 보며 우리가 정말 질문해야 할 것은 "저 아이들이 왜 저러나"가 아니라 "저 아이들 주변 어른들은 왜 저 모양인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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