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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Sep 19. 2020

12화. 책을 읽는데 필요한 시간

책을 읽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위 사진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나머지 책은 한번 정독하였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으며 짬짬이 병행해서 다시 읽고 있다.


먼저 솔직히 고백하면 난 일단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 비슷한 연배의 남성의 평균치 보다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부터 다독가가 되고자 한다던가 '나 요즘 책 많이 읽어요~' 또는 '이 정도 책은 읽지요~'라는 '지적 허세'를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먼저 본론에 들어가기 전, 내가 얼마 전부터 책을 읽고자 노력한 이유는 '어휘력의 저하'였다. 언젠가부터 먹고사는 일에 치중하느라 독서는 언제 했는지 가물가물했다. 특히 회사를 떠나 자영업을 하면서 자영업의 특성상 근무 시간은 길었고 근무 중 만나는 사람도 한두 명일 정도로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심지어는 독방에 수감된 죄수처럼 수평 공간에서 홀로 일하기도 했다. 


아! 여기서 혹자는 손님도 사람인도 손님을 만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손님은 하루에 열명, 백명, 천명을 만나도 손님일 뿐이다. 나와는 전혀 감정 교류가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때로는 집에 있는 화초보다도 못한 거래관계 속 대상일 뿐이다. 이해가 가시는가? 더욱이 가게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나이가 주로 십 대에서 이십 대 학생들이다 보니 - 아마 십 년을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 언젠가부터 요즘 애들 말투를 쓰기 시작했고 사용하는 단어도 매우 적다는 것을 느꼈다. 덕분에 내 아들 딸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었지만 ^^;;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가끔 지인들과 대화 중 애들 말투, 즉 은어나 비속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상대방이 생경하게 느끼거나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쉬워 보이는 이 행동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근무 중에는 당연히 일한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았고 - 사실 자투리 시간에 읽을 수 있음에도 - 집에 오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유혹이 너무도 많았다. 책은 여전히 책장의 장식이었다. 

그래서 최후의 방법으로 '전자책'을 구입해봤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구글플레이에서 전자책을 다운로드하여 읽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실물 책을 구입하나 전자책으로 다운을 받으나 읽지 않으면 별무 소용없기는 매한가지다. 전자책이라고 해서 특별히 근무 중 자투리 시간의 할애한다던가 집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유혹을 이겨 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굉장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난 상기의 책 모두를 '엘리베이터'에서 읽었다.


상상이 가시나? 엘리베이터에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엘리베이터에서 저 책들을 읽을 수 있을까? 일단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서점에서 확인해보니 실물 책이 400페이지가 넘었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이 책들을 다 읽었을 때 말이다. 그것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읽었는데 이걸 다 읽었다는 게 나 스스로도 정말 신기하고 심지어 뿌듯했다.


물론 내 생활환경이 조금은 특수했기에 가능했다. 난 금요일 저녁과 토, 일 주말에 인근 피자 가게에서 배달 알바로 투잡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가 신도시라 고층 아파트가 많았다. 그러니 엘리베이터를 - 요즘 애들은 이것도 줄여서 '엘베'라고 한다. ^^ - 그러니까 엘베를 타는 일이 많은 특수성이 있었다.

사실 고층 아파트에서 엘베를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한 일이다. 더욱이 40층 50층 아파트를 오르내릴 때도 이 시간( 2~5분 정도)이 꽤 지루하게 느껴진다. - 물론 요즘 고층아파트 엘베의 속도는 장난 아니다. - 그래서 엘베에서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작은 시간이 이렇게 수백 페이지 책을 완독 가능할 정도로 쌓일 줄은 사실 나도 몰랐다. 시간을 쪼개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라 속담이 무엇인지, 엘베 안의 전자책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 같다. 지천명의 나이에 말이다. ^^;;


이왕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몇 권 읽지 못했지만 책 추천을 할까 한다. 참고로 난 사는 게 더 소설 같아서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살아본 세상이 녹녹지 않다 보니 사회 현상 분석과 철학서에 관심이 많다. 일단 위에 책들이 그러하고... 


요즘의 화두이며 특히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 집착한다는 '정의, 공정, 부(돈)'와 관련하여 마이클 센델의 '정의' 그리고 위 사진에도 나와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여기에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다 읽으면 적어도 '태양 빛에 부유하는 먼지 위의 티클보다 못한 존재'들이 아웅다웅 거리는 이 요지경 세상을 관조적으로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나름의 개똥철학을 구축할 수 있리라 생각한다. 정말이다. ^^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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