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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Dec 18. 2020

어디에 묻을지도 몰라요

영화로 보는 현실 풍경 - 퀸스 갬빗

엄마는 '베스'에게  언젠가 혼자가 되니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베스가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세상을 등진다.


고아원 '고아'들의 소망은 딱 한 가지다. '빨리 입양되는 것'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8살에 고아원에 입소한 베스는 입양되기에는 사실 늦은 나이었다. 그렇게 수년을 고아원에서 성장하여 십 대가 된 '베스'는 어느 날 생각지도 않게 '입양'이 된다. 


그녀의 양부모 '올스턴과 앨마'는 자녀가 없다는 것만 빼면 언듯, '베스' 또래의 자녀를 두었을 법한 연배의 평범한 중산층 부부로 보였다. 그러나 '베스'는 입양이 되자마자 이 부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출장이 잦던 양아빠 '올스턴 휘틀리'는 얼마 후, '베스'가 입양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출장지에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양엄마 '앨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베스의 입양 결정은 양엄마 '앨마' 자신의 불안과 허전함을 달래줄 '대상'의 필요 때문이었고 양아버지 '올스턴'은 아내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했을 뿐이었다. 애초에 이 부부 중 그 누구도 '부모'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베스'는 좋았다. 비록 양아빠도 친아빠처럼 도망갔지만 적어도 '엄마'는 - 물론 많이 부족하고 부실한 엄마였지만 - 자신의 옆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엄마마저 죽었다. 


'체스게임'의 베스는 영재, 신동, 천재다. 그러나 '일상'의 베스는 집 주방의 '오븐기' 조작조차 할 줄 모르는 '못 배운(?)' 십 대 소녀였다. '베스'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해한다. '베스'는 어쩔 수 없이 양아빠 '올스턴'에게 전화로 도움을 구한다. 


"(양엄마를) 어디에 묻을지도 몰라요.."


'베스'를 거쳐간 부모는 4명이나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 소녀에게 '삶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준 부모는 없었다. 




얼마 전 '랜선 아빠'라는 별칭으로 화제가 되었던 유튜브 동영상 '아빠 이건 어떻게 해요?((Dad, how do I)'가 오버랩되었다. 넥타이 매는 법, 면도하는 법부터 자동차 타이어 교체까지, 나이 든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젊은 누군가에게는 '처음'일 수밖에 없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자상한 아빠처럼 랜선의 아들들에게 '이렇게 해는 거야'라고 가르치는 이 동영상은 수백만명의 젊은 이들이 시청을 했고 감동했다고 한다. 시청한 젊은이들 대부분은 분명 부모가 있거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이 '랜선 아빠'에게 감동했을까?


수학 문제를 몇 개를 풀었는지 단어를 몇 개를 외었는지는 학교가 해야 할 몫이다. '부모는 밥하는 법, 옷을 꿰매는 법, 청소하는 법, 면도를 하는 법 그리고 가족 간 배려와 예의와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 


막장 드라마는 드라마와 영화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는 '자신들이 어떻게 결혼했고, 서로를 배신하고 헤어진 것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자식에게 무심하게 주는 돈은 '돈'이 아니라 '독'일뿐이다. 부모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투기, 데이트 폭력, 양성 평등, 노인 문제의 이유는 

'그들은(부모는) 나한테 내 또래 여자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돈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정치를 외면하거나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좌파, 우파, 진보, 보수, 기득권, 인권, 님비, 차별과 혐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필요하면 영화 대사라도 인용해 보자...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정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장본인은 바로 방관한 여러분입니다."

-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참조 : 뉴스 - 랜선아빠,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 - 프랑스 샹송으로 배우는 세대 간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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