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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Dec 25. 2020

고통이 항상 나쁘지는 않아

때로는 고통이 행복을 만든다.

해피 크리스마스!! 


난 오늘도 출근한다. 물론 주업이 아닌 투잡(알바)에 출근이다. 오늘은 출근하면 박 터지는 날이다. 연중 대표적인 대목일이기 때문이다. 


난 투잡으로 금토일 오후에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점의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다. 주중에는 이제 시작한 작은 프랜차이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어때 웃기지 않은가? 인생은 그래서 신묘하다. ^^


누군가는 이런 휴일 출근을 안쓰럽게 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중년의 나이에 특히 요즘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뒹굴러 봐야 우리 집 괭이들 수발들거나 누워서 넷플릭스나 주야장천 보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간만에 쉬는 날에 온종일 누워 있다가 허리가 나갔다. ^^;;;) 


언제나 그렇듯 게으름이 엉덩이에 붙어 일어나기 힘들지만, 게으름이 발목을 붙잡으며 따뜻하고 안전한 이불속에 머물라 사정사정하지만 호기롭게 박차고 일어나 두 번째 일터로 출발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문밖을 나서자마자 귓전에 스치는 냉기에 귀때기가 얼면 오늘 근무가 아득하기만 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좀 전 집안 온기는 금방 잊게 된다. 그래도 영하로 떨어진 겨울밤은 정말 쉽지 않다. 바이크 라이더의 숙명은 외부 기상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거다. 영하의 바람은 때로는 면도날로, 때로는 만개의 바늘로 변한다. 수 겹의 옷과 헬멧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바람은 면도날처럼 피부를 벤다. 그 느낌은 싱크로율 99%다. 아무리 두꺼운 패딩과 수 겹의 옷을 입어도 냉기는 솜에 물이 스며들듯, 시간이 지나면 소리 없이 스며들며 결국 피부까지 내려온다. 그리고 그 냉기는 수만 개의 작은 바늘로 변해 피부를 파고들고 혈관 속으로 퍼져 나간다. 이가 떨리고... 조만간 육두문자가 터진다. 


"아! 추워~ ㅆ ㅂ"


이제부터 추위는 고통으로 변한다. 그래도 그 고통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온기는 사람을 느슨하게 하지만 추위는 정신 차리라 귀싸대기를 친다. 고통이란 생존을 위한 조건반사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건물만 세 채가 있는, 적잖은 부를 소유한 부부가 자신의 아들에게 작은 배달전문 피자 가계를 오픈시켜준 걸 보고 - 배달과 조리를 그 아들이 직접 해야 했다. - 난 '왜 하필 이렇게 힘든 일을 하게 하냐?'라고 질문을 했다. 그때 그 부부는 '냅두면 마약이나 빨 넘이다.'라고 해서 조금 놀랬었다. 물론 그 부부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츤대레'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지나 보니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무료하고  무의미한 삶은 시쳇말로 '마약이나' 빨게 할지도 모른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아득했던 알바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평상시 썰렁하게 느꼈던 22도의 집안 온도가 이렇게나 따뜻한 온도였는가 싶다. 냉기에 얼은 손은 미지근한 온수만으로도 통증이 올 정도로 뜨겁게 느껴진다.  이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간단한 간식과 함께 침대 앞에 걸터앉으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삶이 무료하거나 무의미 한가? 뭔가에 쫓기거나 심각한 스트레스로 죽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런 익스트림한 직업을 한 번쯤 해보라 권하고 싶다. 겨울밤 '엄동설한, 북풍한설'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환경은 당신을 각성케 할 것이다. 당신이 그 속에서 공포를 느꼈다면 어쩌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행복'은 바로 옆 평범한 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들어도 부딪혀 이겨내는 거야 고통이 항상 나쁘지는 않아~ 오히려 내겐 힘이되는 거야~" 

- 신성우의 '뭐야 이건'의 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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