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은 아무리 비천하다 해도 자신에게 모든 기회가 열려 있음을 안다.... 중략.... 이제는 자신이 열등한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와는 달리 기회를 박탈당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열등하기 때문에 말이다."
진짜 문제는 이 따위 이야기를 우리는 '진리'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문장을 썼다.
'능력주의 체재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란 엄청난 재난 속에 한 해를 보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곧 지나갈 것 같았던 이 전염병은 1년이 다되어 가도록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 한 오늘, 해는 바뀌었지만 코로나가 만든 '공포'는 오늘도 우리 사회에 어제처럼 여전하다. 그런데... 난 요즘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우리가 진짜 무서워하는 건 무엇일까? 진짜 '코로나'란 질병 그 자체일까?
'굶어 죽느니 병들어 죽는 게 낫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 연말 뉴스로 전해지는 '양극화의 심화'란 문구는 의미심장하다. 이와 같은 요즘의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 최근 읽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그의 주장은 그야말로 흥미롭다.
그의 글은 '능력주의'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잣대'라고 착각하며 사는 아둔한 우리들의 귀싸대기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래서 권해본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우리는 모두 함께입니다." 이 구호가 호소하는 단결은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이 공포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필요로 하는 전염병 앞에서의 공포였다.
분리를 통한 단결이라는 도덕적 모순은 "우리는 모두 함께입니다"라는 구호의 공허함에서 가장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