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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Mar 11. 2021

창백한 푸른 점.

우리 모두는 어느 별의 아이들이다.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이 시적인 문장은 '칼 세이건'이라는 유명 천체 물리학자가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 쓴 글이다. 평생 숫자나 주물럭거렸을 법한 천체 물리학자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문장을 창조했다는 사실이 묘한 질투심을 일으킨다.(신이 한 사람에게 너무도 많은걸 준거 같아서 말이다.)

쪼기 '핫 픽셀'처럼 보이는 저 '쩜'이 지구다.

이 명문이 탄생한 배경에는 하나의 일화가 있다.  1977년, 우주의 심연을 향해 떠난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을 지날 때, 칼 세이건은 NASA를 설득해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 '지구' 사진을 찍게 했다고 한다. 이 '설득'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면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된 장비가 움직일 때는 아주 작은 움직임 조차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아무리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크고 아름다운 고화질의 사진도 아니고 잘해봐야 겨우 '점'수준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리에서 '지구'를 찍자는 제안을 주변 관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우리 인간은 뭘로 만들어졌을까? 신화처럼 '진흙'과 신의 '입김'으로?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 말이 사실 그럴 듯 하긴 하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당연히 우리 지구의 물질이니 '진흙'이 바로 그런 물질을 상징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아이들 즉, 서로 가족인 거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고 '노회찬'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외계인이 쳐들어온다면 일본과도 손 잡고 연대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는 약자에 대한 연민과 배려 거기에 유머까지 있었던 사람이다. ㅠ ㅠ) 


그렇다면 우리 지구는 뭘로 만들어졌을까? 우리 지구는 별의 찌꺼기로 만들어졌다. 별의 일생도 사람과 다를 게 없다. 거대한 가스 속에서 탄생한 아기별은 무럭무럭 자라 밝고 건강한 빛을 발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그 빛도 세월이 지나면 어느새 불그죽죽해지며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간다. 다른 별보다 기골이 장대 했던 별의 죽음은 좀 남다르다. 살아생전 위풍당당했던 녀석은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때가 오면 전 우주를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마지막으로 밝히며 거대한 폭발로 최후를 맞이 한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의 부스러기를 남긴다. 산소, 탄소, 철 그리고 아주 가끔 드물게 '금'같은 귀한 원소도(그래서 우리가 그렇게나 금을 탐내나 보다.) 그리고 그 찌꺼기들이 모여 다시 별이 되고 우리 지구 같은 행성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부처는 확실히 뭔가 알고 있었던 같다. 이게 바로 '윤회' 아니겠는가... ^^;; 


그러니 우리 모두는 '별'의 후손인 거다.  


그렇다면 최초의 '별'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호킹 박사 말씀에 의하면 '한 점'에서 왔다고 한다. 바로 여러분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빅뱅', 이 이론에 의한면 이 우주는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너무 작아 울분이 터졌던 그 '쩜'은 어느 날 '빵'하고 폭발하며 거대한 우주를 만들었고 그때 '별'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결국 한 '점'이었던 거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차별하고 미워하고 싸운다.




오늘도 우리 포털에는 꼴 같잖은 이념과 지역색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글이 올라온다. 뉴스 속 미얀마는 자국 국민을 탄압하고 죽이며, 겨우 한 겹의 얇은 피부 밑에는 다 똑같은 붉은색 피가 흐르는데도 그 피부 색깔에 눈먼 얼치기들과 얼토당토않은 '순혈주의'에 빠진 바보들은 차별과 혐오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우리 머리 위에 '외계인'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며 바라보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여하튼 오늘 이 글은...


“英 왕실, 첫 아이 어두운 피부색 우려”라는 제목의 뉴스로 떠오른 '단상'이었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 모든 타락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 COSMOS / Carl Edward S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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