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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Mar 19. 2021

착한 기업?

그런'달달'한 것이아직도 남아 있긴 한가?

몇 년 전, 유명한 시민사회활동가 안진걸 씨와 '배달의 민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 안진걸 씨는 '배민'에 대해 '중계 수수료 무료 선언' 등, 그동안 행보를 보면 '착한 기업' 같은데 어찌 생각하냐는 질문을 나에게 했던 기억이 있다. 젊은 세대에게 호감도 높은  IT기업, 창업주의 비교적 젊은 나이와 자수성가 이력, 거기에 기존 기업 오너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유니크한 외모까지... 이런 요소들 덕분에 '배민'의 이미지는 '게르만 민족 사태'(독일 자본 회사에 배민을 매각 시도) 직전까지는 대중에게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시사인' 기자와 자영업과 관련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는 '국민 호감' 백종원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기자는 백종원 씨는 기존의 기업인들, 특히 한때 '갑질'로 분쟁을 겪었던 기존 프랜차이즈 기업 오너들과는 확실히 다른 '착한 기업인' 같은데 가맹점주 출신인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 분들의 질문에 난 항상 이런 말로 대답했다.


 "착한 기업(가)이 어디 있어요? 기업은 그냥 기업일 뿐이에요"




어쩌다 보니 살면서 피고용자 입장과 고용자 입장 모두를 경험하고 있다. 첫 직장은 아버지 회사였다. 신분은 회사원이었지만 사장이 아버지다 보니 기업이란 조직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 불편한 장면도 어깨 너머로 볼 수 있었다. 회사를 뛰쳐나온 뒤에는 자영업자를 거쳐 현재는 작은 회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이력이 이러하니 기업의 속성에 대해 남들보다는 '조금은 더 안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혹자는 이리 말할 수도 있다. "당신이 경험한 작고 영세한 회사와 저런 규모의 기업이 같아?",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세상사는 스케일의 차이일 뿐 돌아가는 건 다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기업을 두 부류로 나눈다. 언제나 '도덕과 부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는 기업과 - '갈등'이라도 하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다. - '도덕 불감증'에 걸린 기업, 문제는 후자 쪽이 좀 더 많은 거 같다는 거다.  그래서 영화 '부당거래'에 나온 이 대사는 참으로 절묘하다.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권함.

철기(형사) : 너네같이 법 안 지키는 새끼들이 더 잘 먹고 잘 살아... 그치?

석구(기업형 건달) : 그건 뭐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린 목숨 걸고 하잖아~




기업은 '욕망의 집단'이다. 소박한 생계든 아니면 그럴듯한 야망이든 그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핵심은 '돈벌이'를 목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이윤 창출의 극대화'인 거다. 거기다 집단속 개인들의 '도덕관념'은 알다시피 매우 무디어진다. 그래서 기업들의 본성은 '속물'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속물근성을 대놓고 드러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공동의 가치 실현'이라는 뭔가 그럴듯하지만 아리까리(이거 일본 말 아니다.)한 문장으로 자신들을 포장한다. 가령 나이키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기업' 구글의 '정확하고 빠른 검색 제공'이란 모토가 대표적이다. 

'스타트 업' 열풍의 도화선이 된 '배달의 민족'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 상장해 대박 친 '쿠팡', 이들의 성공 배경에는 바로 이런 전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천문학적인 '돈'으로 만들어졌다. 배민의 경우, 대표적으로 자신들의 앱을 처음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3만 원'짜리 쿠폰을 뿌렸다.(우리 가족은 경우 총 12만 원을 받았다. 이건 뭐 거의 재난지원금 수준이다.), 쿠팡은 이제 고유명사처럼 된 '로켓 배송'을 모토로 익일 배송을 실현시켰다. 자~ 그럼 그 막대한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소비자의 다른 주머니를 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두 기업의 거래처(배민과 쿠팡 입점한 업체)의 주머니를 털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그 엄청난 돈을 메꿀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누구의 돈일까? 앞서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두 기업은 그동안 투자받은 투자금을 '거름'으로 쏟아부었다. 그래서 이들은 얼마 전까지 적자에 허덕였다고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소비자들이 '편리한 주문, 빠른 배송, 놀라운 할인'과 같은 전에 없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그 혜택에는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비용은 투자가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수확의 시기가 도래했다. 배민은 '게르만 민족'에게 회사를 매각하려 하고 있고(현재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쿠팡은 미국에 상장하여 대박을 쳤다 한다. 


3월 16일에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는 '쿠팡이 불 붙인 쩐의 전쟁...'이란 타이틀을 통해 이런 신흥 거대 기업의 행보는 결국은 소상공인과 같은 작은 사업자들이 더 많은 대가(수수료 인상, 광고비)를 치르게 할 것이라 전했다. 더불어 관련 시장의 노동조건 악화도 그들이 드리운 또 다른 그늘이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지극히 당연한 예상이다. 비영리 자선단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키려 하는 투자가나 기업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이윤'을 내야 한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든 자영업자와 소기업의 주머니를 털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착한 기업? 그런 '달달'한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악의 존재'라는 건 절대 아니다. 현재 영세한 회사이지만 그곳에서 밥벌이를 하는 내가 누워서 침을 뱉을 일은 없다. 다만 기업(가)에게 그 따위 환상을 갖지 말라는 거다. 앞서 밝혔지만 그들은 그저 '욕망'의 집합체일 뿐이다. 그래서 주변, 즉 정부나 시민단체의 감시와 회초리가 필요하다는 거다. 안 그러면 여러분의 상투를 틀어잡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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