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똥밭 Feb 26. 2021

성공의 대가(代價)

그 결과에는 다 그럴 듯한 원인과 과정이 있는 거다. 

그는 유덕화를 닮았다. 믿거나 말거나. ^^

얼마 전 친구들이 모인 단톡 방에 카톡이 올라왔다. 이들 중 나랑 동갑내기(오십 대 중년)인 친구 "덕화"의 - 그는 중국 영화배우 유덕화를 닮았다 ^^ - 카톡이었다.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고민스럽네"


오십 대 그것도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스카웃 제의, 사회 짬밥(?)을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사오정'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영업직도 아니고 기술직의 스카웃 제의는 바로 이런 뜻이란 걸 안다.


"쏴라 있네~"


류호정 의원님 혹시 저작권이나 초상권 위반이면 내리겠슴다. ^^;


그의 직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코딩 전문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라 불리는 직종,  이 직종에 근무하려면 세 가지가 필수다. "체력, 집중력, 머리회전"(뭔 뜻인지 선 듯 이해가 안 간다면 포털에서 '판교 오징어배'라고 검색해보면 조금 감이 올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 삼십 대가 주축인 이 바닥에서 관리직도 아니고 아직도 현업 실무자로 활동 중이라는 건 사실 대단한 거다. 


난 그에게 스카웃을 제의했다는 회사를 검색해봤다. 결과는... 한마디로 '삐까번쩍'이었다. 이 정도면 답은 정해졌다. 가장 중요한 '돈' 그러니까 연봉은 당연히 지금보다 1원이라도 더 줄 것이다. 그 다음 회사의 규모, 안정성, 가능성 또한 비록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야 했지만 매우 훌륭했다. 그런데 친구는 '고민'중이란다. 도대체... "왜? 왜? 왜?"




퇴근 후 친구 '덕화'의 낭보(?)를 아내에게 전했다. 덕화와 난 30년 친구이고 아내도 결혼 전부터 알던 사이라 아내와도 친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아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난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 


"와 부럽다. 스카웃이면 연봉도 올라가는 거잖아. 지금도 많이 받는 걸로 아는데... 자기는 싹 다 말아먹고 이 모양인데... 부럽다 부러워~"


사실 나도 덕화처럼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었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동기로 근무하기도 했었다. 이후 삶의 갈림길에서 각자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갔다.

  

사실 나도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투'도 생기지 않았을까? 

'친구가 잘 될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죽어간다.'라는 어느 유명 철학자 말처럼, 나 또한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시한 사람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감정이 거기까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난 그가 지금 '성공'에 이르기까지 - 지금 이 상황을 '성공'이란 단어로 정의 가능하다면 - 그가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렀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덕화'는 철수형(지금은 정치인 안철수이던가? ^^;;;)이 백신 만들던 시절, 바이러스와 해킹 툴을 만들었던 친구다. 그러니까 그 바닥에 진정한 '오덕, 덕후, 울트라 마니아'란 이야기다. 


그와 관련된 다음 일화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시켜준다.


덕화가 신혼여행을 갔다고 오고 얼마 후 우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신혼 초답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집... 그런데 이해가지 않는 가구 배치가 보였다. 컴퓨터 데스크가 베란다에 있었던 것이다.(그때 계절은 한 겨울이었다) 그의 집에 놀러 갔던 나와 내 아내 그리고 친구들은 그 기괴한(?) 모습에 컴퓨터를 왜 베란다에 놓았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이러했다.


"추워야 졸리지 않지~"

    


그의 아내 말은 더 가관이었다. 


"컴퓨터 앞에 한번 앉으면 방에 들어오질 않아요..."


줸장... 분명 그들은 신혼이었다.  그런데 남편이란 넘은 컴 앞에 앉아 방에 들어오질 않다니... 그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만약 이 분야에 일가(一家)를 이루지 못하고 낙오되었다면 그건 대한민국이 정상이 아닌 거였다. 물론 가끔 그런 일도 발생하는 게 세상이지만...


덕화는 그동안 자신의 '삶'을 오로지 '컴퓨터 프로그램'에 갈아 넣었다. 남들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문화생활을 즐기며 가족과 사계절에 맞춰 나들이 갈 때 그는 컴퓨터 '이진수' 세계 속을 탐험하고 탐구하며 여행하고 있었다.


난 이 사실을 아내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의 성공은 '인과율', 즉 '원인에 따른 결과'란 사실을, 좀 더 쉽게 풀어서 내가 과거 덕화처럼 살았다면 성공은 했을지 모르지만 아마 당신은 내 멱살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

 



스스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던 '행운아'로 표현하던 덕화가 자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일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저하고 있다. '조금 적게 받고 더 작은 회사더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더 소중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늦깎이로 'Riding On The Wind'를 즐기고 있다.


그는 요즘 '오토바이'를 탄다. '코딩'이 아닌 다른 취미가 생긴 거다. 최근 그와의 대화 속에서 그는 이제는 이해타산으로 맺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함이 느껴진다. '계산, 경쟁, 성과' 보다는 '소통, 이해, 배려'속 삶을 갈구함이 보인다. 


물론, 이건 사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삶'이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 아이들이 자라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