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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Apr 28. 2021

내 삶의 최선이 아이의 최선?

조금 비틀어보고 조금 깊게 보기 1.

'엄마, 의대생, 예비 작가, 유튜버'


어느 날, 스치듯 보았던 '아무튼 출근'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여성분의 단 하루의 모습이다.  그녀의 초인적인 일상이 그려지자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에게서 감탄과 박수가 절로 나온다. 나 또한 방 청소를 하다가 잠시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게 될 정도였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고단한 삶의 끝판 왕이었라는 '워킹 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꿈을 놓지 못해 결국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학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고 그것도 부족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녀의 열정적 삶보다는 그녀 옆에 있는 아이에게 눈이 갔다. 책상에 붙어 있는 엄마에게 놀아 달라하는 아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천명의 나이로 적잖은 세월을 살면서 느낀 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열심히' 산다는 거다. 이게 개인적 느낌이 아니라 '팩트'인 것이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2위(2017년 고용동향 자료)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노동시간만 길까? 이 부분은 순전히 내 개인적 추측이지만 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시간은 세계 1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글 머리에 소개한 '엄마 의대생'처럼 말이다. 사실은 그 여성의 사례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내 아내는 자격증이 11개가 넘는다. 그리고 학사가 3개다. 그리고 지금도 열공 중이다. 아! 전업 주부냐고? 아니다. 그랬으면 거론도 안 했을 거다. 우리 마누라님은 벌이가 시원치 않은 나 때문에 줄곧 맞벌이였다.(한때 내 아내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3, 4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한 가정의 아내, 엄마이며 직장인인 상태에서 만들어 낸 성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상황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걸까?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왜 이렇게나 열심히 사냐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온다. 아니 '그게 아니었음'을 빨리 깨달으면 다행인데 그걸 모르고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되면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


"아빠(엄마)가 해준 게 뭐 있어?" (매우 식상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에 쓰이고 있다. ^^;;)


내가 살면서, 정확히는 부모가 된 후 크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아이는 절대 저절로 크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우리 부모들이 의외로 그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중 한 명이 바로 나이기도 했다. 바르게 열심히 사는 모습만 보여주면 애들이 알아서 잘 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AI(인공지능)'나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부모의 모범적인 삶의 태도도 중요 하지만 아이들과 살을 비비며 온기를 나누고 시답지 않은 내용이라도 좋으니 대화를 하고 눈을 맞출 때 아이들이 '사람답게' 큰다는 것이다. 그걸 나도 몇 년 전에야 알았다.(현재도 반성하고 있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자기 개발을 위해 투자한 시간 중 상당 시간은 어쩌면 가족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 중 일부였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 또는 에너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모든 걸 다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좋은 아내(남편)이면서 좋은 부모 그리고 능력 있는 직장인 거기에 나의 또 다른 재능, 요즘 애들 말로 '부캐'까지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제 일 순위는 당연히 자식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들이 이 사회의 바른 구성원이 되도록 교육시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의무를 소홀히 하면 그 아이가 훗날 우리들에게 '해준 게 뭐냐'라고 따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씨가 지금의 정치인 되기 전, 그러니까 '안랩'의 경영자로서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다. 


'한 명의 강도는 몇 명에게 피해를 주지만 한 명의 부도덕한 영재는 수천수만 명에게 피해를 준다'


그가 이런 말을 했던 이유는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월가의 부도덕하고 똑똑한 고액 연봉자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일베 공무원'이나 'LH 공사 직원 투기'도 바로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 교육이란 게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열공' 시키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바르게 크지 못한 아이들은 작게는 그들의 부모에게 크게는 이 사회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니 말이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자식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과 가끔 나누게 된다. 그러다 언젠가 지인 한분이 "난 아이들에게 신경 쓴 적이 없는데 알아서 잘 컸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난 웃으며 그분에게 "형님, 로또 맞으신 거예요. 애들에게 고마워하세요"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대화를 삼십 대의 젊은 지인과 나눈 적이 있었다. 살면서 부모에게 적잖은 상처를 받았던 그에게 난 "당신 부모가 로또를 맞았네... 부모의 보살핌이 없이도 바른 사람으로 잘 성장했으니"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로또(좋은 부모를 만나는 행운), 제가 맞으면 안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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