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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Dec 01. 2021

타고난 양심과 도덕?

양심이란 것도 돈과 교육으로 만들어진다.

가끔 소위 말하는 '국뽕' 유튜브를 본다. 보고 있자면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이런 영상도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보면 나름 재미있다.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연식이 좀 된 우리는 일본 애들이 오래전에 심어 놓은 우리 민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니까 '핫바지 근성, 모래알 민족성' 이런 말을 익숙하게 듣고 자랐다는 거다.  백성은 서로 음해하고 사기치고, 정치꾼들은 허구한날 당파 쌈질이나 하고, 일도 앞뒤 없이 대충하는, 그래서 삼풍 백화점도 무너지고 성수대교도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나 좀 부족한 민족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국뽕 유튜브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사람은 최고로 도덕적이고 정직한 사람들로 표현된다. 카페 테이블 위에 방치된 노트북과 핸드폰에 누구도 손대지 않고, 무인 가게는 성업중이며, 도로에 쏟아진 음료수병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치웠다는 미담을 전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화면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고를 전한다. 그런데 그 화면 속 사람들은 도로에 나뒹구는 음료수병을 주워들고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마시거나 상자에 음료수 병을 주워 담고 줄행랑친다.


그렇게 중국의 저열한 시민 수준을 발판 삼아 우리의 아름다운 도덕성을 한껏 높이 에드벌룬처럼 띄운다. 사실, 보고 있자면 흐뭇해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데 우리끼리 칭찬이긴 하지만 기분 좋은건 사실이다. 그리고 역시 우리는 중국 같은 후진 민족과는 다른 민족이구나 한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얼마 전, 팟캐스트를 통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책이 소개되었다. 책 소개 중 이 소설이 소재로 차용한, '광주 대단지 사건'의 한 일화가 소개되었다. 이 사건은 1971년 8월 10일 하루 동안 경기도 광주군(현 성남시) 신개발 지역 주민 수만 명이 공권력을 해체 시킨 채 도시를 점거하였던 사건이라고 한다.


당시 부당한 처우를 당한 빈민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당시는 군사 정권 시절이었다.) 공권력에 저항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 상황이었다고 한다. 시위대와 경찰간 공방으로 아수라장이 된 그 날, 시위 현장에 참외를 가득 실은 차가 전복되어 참외가 길거리에 와르르 쏟아지자, 시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시위를 멈추고 전복된 차에 달려들어 그 현장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허겁지겁 자기 입에 쑤셔 넣었다고 한다.


십육 년 전, 어느 날 밤 난 버스 정거장의 작은 간이 판매대에서 껌 한 통을 사고 거스름돈을 작은 구멍을 통해 건네받고 있었다. 회식으로 얼큰하게 술에 취해 있던 터라 잠시 휘청거렸고 그 바람에 천 원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어떤 중년의 여자가 벼락같이 그 돈을 주워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져갔다. 난 술에 취한데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었고 간이 판매대 쥔장은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 그 돈 이 아저씨 꺼야!! 내놔!!"




'제왕무치(帝王無恥'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왕은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영화 '광해'를 본 사람은 이 장면이 생각날 것이다. 궁녀와 내시들이 보는 앞에서 똥을 싸던 왕의 모습을 말이다. 처음에는 쪽팔리지만 이런 게 반복되면 당연해지는 거다. 왕이 거꾸로 서서 똥을 싼다고 한들 무소불위의 왕에게 감히 딴지 걸 놈이 없기 때문이다.


'빈자무치(貧者無恥)', 가난하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밖에 없다. 생존 앞에 체면과 도덕은 쓸모없는 사치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왕은 딴지 걸 놈이 없어 부끄러움이 없지만 궁핍한 자는 생존에 눈이 뒤집혀 딴지 거는 놈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양심과 도덕은 기본적으로 입에 풀칠은 해야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즉 빈곤이 해결되고 교육이 있을 때 양심과 도덕도 만들어진다는 거다. '민족성'이라는 유사과학 수준의 어설픈 생물학적 해석이 아니고 말이다. 고로 우리나라는 확실히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본다. 거기에 높은 교육열도 한몫했다. 비록 부작용도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더해야 할 듯싶다. 외국 애들이 그러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한다. 즉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CCTV속 누군가의 시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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