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는 사람들 - episode 1.
화면에는 황량함이 느껴지는 누런 초지위에 우뚝 선 아름드리나무가 보인다. 가지가 휠 정도로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 이 나무는 '아프리카의 여왕'으로 불리는 돌무화과나무다.
여왕은 때가 되면 열매의 작은 입구를 연다. 입구가 열리기만 기다렸던 무화과좀벌들이 모여든다. 벌들은 열린 입구를 통해 열매 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고 그 대가로 여왕의 세상이 커질 수 있도록 수정을 해준다.
여왕이 허락한 시간은 길지 않다. 벌들은 서둘러 알을 낳고 떠나고 입구는 서서히 닫힌다.
점점 작아지는 입구, 이때 벌 한 마리가 입구에 도착한다. 동료들보다 뒤처진 도착, 벌은 되돌아가야 하지만 숙명처럼 입구를 파고든다.
너무 좁은 통로에 한쪽 날개가 찢어진다. 그래도 벌은 계속 기어간다. 다른 쪽 날개도 찢어진다. 통로는 더욱 좁아지고 이번에는 더듬이가 빠진다. 그리고 다리까지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다리가 없어진 벌은 포기 해야 하지만 온 몸을 꿈틀거리며 계속 기어간다.
드디어 좁고 긴 통로를 빠져나온 벌은 넓은 방에 도착한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알을 낳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여왕, 돌무화과나무'에서
'무화과좀벌'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갈아 넣는 어떤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