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똥밭 Jul 20. 2020

1화. 갸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2부

삶은 개똥밭이다. 그래도 다들 좋다고 한다. 살아 있기에...

전태일 영화제에  영화 <백 프롬 더 비트> 중 한 장면

1화. 갸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어도 배달기사를 미성년자로 고용한 적은 어떤 과거에도 없었다. 물론 "빠라바라밤~" 좀 해본 십 대 애들이 가끔 '배달'하겠다고 들린 적은 있었지만 난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했었다. 


업의 특성상 그런 애들(폭주족, 일진 등등 혐오의 단어로 지칭되는 아이들)을 꺼려서는 안 되지만 나는 당시 십 대에 접어든 내 자식들도 버거운 상태였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자영업 중 이들을 직접 겪으며 편견이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애들을 보면 눈살부터 찡그렸던, 편견과 몰이해... 그런 부류의 어른이었다.


경찰과 나는 가게로 이동했다. 주차되어 있어야 할 스쿠터 두대 중 한대가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한대가 바로 사진의 그 스쿠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 주변에 주차되어있던 또 다른 스쿠터와 오토바이에서는 키박스가 돌멩이 등으로 파손된 흔적이 보였다. 이런 여러 정황을 짜 맞추자 그럴듯한 추론이 나왔다. 


오늘 새벽 방황하던 청소년 한 명이 어디선가 술을 먹고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오토바이가 눈에 뜨였고 취중 객기로 오토바이의 키 박스를 부수며 시동 걸기를 시도했다. 그러다 마침 스쿠터 한대가 시동이 걸렸고 그 아이는 영화 '비트'의 정우성처럼 질풍노도의 질주를 한 것이다. 

영화 '비트'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난 꿈이 없어"

하나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바로 옆 치킨점에서 한동안 배달하던 스킨헤드의 십 대 녀석,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동네를 가로질러 다녔다. 친구들과 소위 말하는 '폭주' 놀이도 아니고 동네 가게에서 배달 일하던 중 그런 '광기'를 보이니 주변 사장들은 혀를 끌끌 차며 수군거렸다. 녀석은 당시 폭행 시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날락하는 등 전형적인 문제아로 소문이 나 있었다.


며칠 후 교통계에서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렇게 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서를 쓰던 말미 담당 경찰관은 


"애 하나가 어른 여럿 잡게 생겼네요, 지금 조사 중인데 일단 그 애에게 술 팔았던 음식점과 편의점 사장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 애 아버지는 사장님을 비롯해서 그때 파손했던 오토바이까지 여기저기 배상하려면... 참...  골 아프게 생겼네요"


"합의 진행은 아마 애가 깨어나야 진행될 것 같고요... 인지상정이라고 애가 저지경이니 그때 사장님이 좀 배려해주세요. 재네들, 주변 어른들에게는 이해 불가능한 반항, 말썽꾼, 폭력으로만 다가오지만 들여다보면 다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몸만 어른이지 정신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애'예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그 아이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어떻게 전화를 받아야 될지 몹시 고민스러웠다. 피해자였지만 그렇다고 의식불명인 자식의 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뜻밖이었다. 


"우리 애가 명줄이 긴 건지 깨어났네요. 젊어서 그런지 회복도 빨라요~ "

 

예상을 깨는 말투, 더욱이 목소리에서 짙게 풍기는 술 냄새와 횡설수설... 그것도 대낮에... 그와의 몇 마디 대화로 내 머릿속에는 이 사건의 인과 관계에 대한 많은 상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게 서로 간 용건을 전하고 통화를 끊은 뒤 난 경찰관의 말을 떠올렸다.


"들여다보면 다 이유가 있어요."


세상사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현재 우리 사회 어른들로부터 과거의 우리 때 보다 무례하고 무지하며 부도덕하고 폭력적이라 등의 온갖 부정적 단어로 재단되는 '요즘 애들', 그런데 그 애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우리와는 전혀 근본이 다른 '외계인'은 아닐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애들은 우리가 세상에 내놓은 아이들이고 우리의 과거였으며 우리 아버지의 과거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시대 유적지에 그 시절에 쓰여진 "요즘 애들 못쓰겠다"라는 낙서가 있다는 확인 불가한 소문처럼, 갸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우리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 어른들의 못난 모습 말이다.


-1화 끝.-









작가의 이전글 1화. 갸들는 외계인이 아니다. 1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