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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Jul 17. 2020

1화. 갸들는 외계인이 아니다. 1부

삶은 개똥밭이다. 그래도 다들 좋다고 한다. 살아 있기에...

기억의 시계를 뱅뱅 뒤로 돌리보겠다. 수년 전 거지(?) 같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던 시절로...


어느 날 새벽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 넘의 배달 외식업에 뛰어든 이후 우리 부부에게는 아침 8시도 새벽인데 - 배달형 외식자영업자들은 평균 밤 12시 이후에 가게 정리가 끝나고 새벽에 잠든다. -  진짜 새벽 6시에 아파트 공동현관 초인종이 울린 거다.


일단 놀란 건 둘째 치고, 잠이 깨지 않아 비몽사몽 간의 상태에서 좀비처럼 휘청이며 거실에 나가 인터폰을 받았다. 그런데 인터폰 화면에는 경비원인지 경찰인지 모를, 비슷한 제복을 입은 사람들 서너 명이 어른 거렸다.

"뭐예요? 누구예요?" 


새벽에 낯선 사람들, 거기에 경찰 제복 같은 것을 입은 사람들에 난 '놀람'과 '경계'의 감정이 조건 반사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피곤함에 곧 '짜증'까지 뒤섞였다.


"피자*** 사장님이 시죠? 댁 배달직원이 사고를 쳤어요! 내려와 보세요!"


그랬다. 그들은 진짜 경찰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잠이 덜 깨 멍한 상태이기도 했지만 우리 직원이 누구란 말인가? 직원이라고는 주방에 여학생 하나, 배달기사로 일하는 중년 남자 한 명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배달기사는 투잡 하는 사람으로 우리 가게에서 밤 11시에 퇴근해서 아침에는 본업에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가 무슨 사고를 쳤다는 건가? 그것도 이 새벽에!!


일단 옷을 주섬주섬 입고 공동 현관 앞으로 내려갔다.  공동현관 앞에는 경찰 두 명과 경비원이 서 있었다. 경찰은 나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이 사진의 스쿠터가 사장님네 스쿠터 맞죠?"


사진의 스쿠터는 인도변 도로에 서 있던 큰 덤프트럭 뒷 범퍼 아래에 얼굴을 처박고 그야말로 'x박살'난 상태로 자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스쿠터에는 "피자*** ***점'이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바로 내 가게의 배달 스쿠터였다. 


'뭐여 이거 진짜 내 스쿠터네~ 이게 왜 여기서 뒹굴고 있지?'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경찰은 나에게


"사장님네 직원이 새벽에 술 먹고 스쿠터 타고 길거리에서 내리 쏘다가 길가에 서 있던 덤프트럭에 처박고 지금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에요~"


"도대체 뭔 소리예요~ 우리 배달 직원은 40대 투잡하는 가장인데, 그 사람이 새벽에 술 먹고 우리 가게와서 스쿠터 훔쳐타고 덤프트럭에 처박았다고요?"


경찰은 내 말에 약간 당황해하며


"스쿠터를 가게에 보관 한다고요? 배달기사가 스쿠터로 출퇴근 하는거 아니고요?"

"그리고 40대라고요? 여기 사고 낸 사람은 십 대 미성년자인데...."   


- 다음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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