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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Dec 24. 2021

알고 보면 무섭다.

이런 걸 교육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거 아세요 언젠가부터 강조된 '근면, 금주' 이게 사실, 컨베어벨트 시스템 때문이라는 거?"


요즘 애들 말로 '신박한' 주장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술은 사람 몸에 좋지 않으니 '먹지 말라' 했던 거고 '부지런해야 한다'란 건 개인의 생존과 사회 발전에 필수 덕목이라 그렇게나 강조하고 교육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휴대폰에서 플레이되고 있던 유시민 씨 팟캐스트 '알릴레오 북스'에 참석한 패널의 주장은 신기하고 참신했다. 


"컨베어벨트 시스템이란 게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 생산을 위한 장치잖아요~ 그러니 그 컨베어벨트에 한 명이라도 빠지거나, 술에 취해 헤롱 거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생산 효율이 뚝 떨어지는 거죠~ 그러니 술 먹지 말라고 한 거예요, 예전에 농사로만 먹고 살 때는 술을 먹어도 문제 될게 그다지 없었죠, 오히려 일하다 힘들면 술도 먹고 그랬잖아요~"


오.. 정말 그럴듯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 해도 농사 지을 때 '새참'에 막걸리는 필수였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내일 출근을 위해 평일 날 술 먹는 걸 꺼리죠... 그러니 '불금'이란 단어가 나온 거고... 알고 보면 현대 사회가 살기 더 빡쎈 거예요, 그래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죠, 물론 '술'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알릴레오북스 25화, 커피의 유혹/커피 인문학 중 한 장면, 꼭 한번 보세요

"그거 아세요? 나치가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했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이 향기로운 커피... 이것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거의 1억 명에 가까운 흑인이 백인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커피와 사탕수수 그리고 목화 등 돈 되는 작물의 수확을 위해 백인들이 흑인을 노예로 부린 사실을 나 또한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유대인의 학살과는 비교할 수 없 정도로 수많은 흑인이, 백인들의 '돈'과 그들의 일상 속 즐거움을 위해 사라졌다는 사실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유럽인에 의한 학살과 질병으로 원주민 대부분이 죽어 라틴아메리카에서 노동력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1526년부터 1820년, 350년간 아프리카에서 남북 아메리카로 (살아남아) 끌려간 노예가 1,500만이에요"


"노예를 사냥해서... 건강한 노예 한 명이 최종 상품으로 시장에 팔릴 때까지 8명에서 9명의 노예가(상품가치가 떨어지나 중도에 사망한) 희생됩니다, 외면할 수 없는 문명 범죄죠..."


"해방된 노예들이 만든 국가가 '아이티'에요, 아이티에서는 커피를 '니그로의 눈물'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물론 시시껄렁한 야사와 음모론, 뒷담화가 난무하는 술자리에서 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여담이지만... 한창 '최저시급 만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을 무렵, 그때부터 지금까지 말도, 탈도 많은 '주휴수당', 그런데 이게 '이승만 정권' 때 일본을 참고해 도입한 제도였단다. 그리고 이 '주휴수당'이 만들어진 의도가 재미있다. 앞서 올린 '술 마시지 마!'와 동일한 취지였던 거다. 그러니까 원래 줘야 하는 '임금'이었지만 그중 일부를 쓱 떼어내어 이렇게 노동자를 어르고 달랜 거다. 


"이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해야 주는 돈이야~"


세상은 알고 보면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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