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분들 제발 봐주세요
콘텐츠 디자이너는 연차가 쌓일수록
준 기획자가 된다고 한다.
사실 이건 웃픈 현실이다.
콘텐츠 기획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초짜 기획자는 디자이너에게 어떤 형식으로
콘텐츠 기획안을 작성해서 전달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
프로젝트 기획안을 통째로 던져주면서
디자이너가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줄 아는 기획자도 본 적 있다.
천만의 말씀(만만의 콩떡)이다.
콘텐츠 기획안은 디자인만 입히지 않았지,
기획안 상태 그대로 릴리즈 되어도
독자에게 명확하게 내용 전달이 되어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콘텐츠를 넘기면서,
저번처럼 예쁘게 디자인해 주세요^^
사람들이 텍스트만 있으면 안 읽는데,
그림이랑 있으면 잘 보더라고요.
라며 어이없는 디자인 요청을 한다.
그럴 리가...
설마 그림이 예쁘다고,
독자들이 콘텐츠를 봤겠나.
(애들도 안 본다...)
디자이너가 그림만 그려준 게 아니라,
기획자가 전달한 문서를 해석하고,
기획의도와 목표를 파악하고,
핵심내용을 다시 뽑아보고(어려운 경우 많음)
내용 전달이 잘되도록 재구성하고,
비문 고치고,
오타체크하고,
문장 줄이고,
외래어를 한글로 바꾸고,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싶은 말로 바꾸고,
개인말투를 서비스 화법으로 바꾸고,
서술형을 블릿포인트로 정리하고,
....
이 수많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독자들이 마침내 콘텐츠를 보는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게 콘텐츠 기획안 단계에서
마무리돼서 전달되어야 한다.
콘텐츠가 노출되는 채널, 목적, 타깃에 맞는
콘텐츠가 적확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기획안을 통째로 넘기는 행위는
디자이너에게 산문을 시로 옮겨 써달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는 명확한 직무유기이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디자이너는 요술램프가 아니다.
통역사도 화자가 말을 잘해야
통역을 잘해줄 수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도 기획자가 정확하게
콘텐츠 기획안을 작성해 주어야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디자이너가 기획 역량까지 갖추다면
너무나 훌륭하겠지만,
본업은 디자인임을 잊어선 안된다.
콘텐츠 기획을 배울 사람이 없다고?
콘텐츠 기획 방법은 검색 몇 번만 해봐도
좋은 내용이 많다.
심지어 ChatGPT만 돌려봐도 기본 틀은 만들어 준다. 제발 이 정도의 노력은 하자.
그리고, 제발 오타, 비문, 외래어는 최대한 쓰지 않도록 노력하자.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최소한의 예의다.
디자이너가 콘텐츠 기획안까지 쓰게 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