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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17. 2022

1화) 1회용 상품이 생명이 되다, 첫 씨앗 심기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1~2째 주 (2.8~21)

평생 한 번도 식물을 정식으로 키워본 적이 없다. 식물에 대한 개념도 완전한 바닥이며, 흙을 만져본 경험도 거의 전무. 하지만, 앞으로 '내가 먹을 것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자급자족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익히기 위해 먹거리 자급력 기술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허무하리 만큼 현재 심각하게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저 식물의 싹이란 것을 한번 틔워보는 아주아주 기본 스텝을 경험해봐야지.



수경재배 배우기 스타트


식물을 키운다 함은 자고로 '흙에서 키우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연이 닿은 선생님께서 '수경재배'를 하고 계셔서 얼떨결에 흙이 아닌 물로 키우는 방식의 농사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마침 기초과정 교육이 오픈! 설레는 마음으로 식물 및 기르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배워보고자 신청을 했고, 첫 수업이 진행되었다.

* 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 : https://cafe.naver.com/sbhydroponics

* 수경재배 박영기 선생님 이야기 : https://blog.daum.net/st4008


신 시대에 걸맞게 온라인 화상 교육. 오프라인이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장점도 있다. 몰래 밥 먹으면서 들을 수 있다거나, 왔다 갔다 옷 갈아입고 준비하고 나갔다 오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역시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훨씬~ 훨씬~ 비할 수 없이 크다. 

난생처음, 드디어 무언가를 심고 길러보는 기회가 되겠구나! 무엇을 고를까 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깻잎'을 선택. '청경채'는 추가로 준비했다. LED를 이용한다는 게 아직도 내키진 않지만, 이것은 빛이 없는 공간에서만 이용하기로 하고 우선 식물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잘 배워봐야지!




파는 내가 되고, 너는 어디서 오나


오래전 사다 두었던 '파 한 단'이 있었는데 강인한 생명력으로 흙도, 물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조금씩 계속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조금씩 뜯어만 먹다가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흙에다 옮겨 심어보았다. 아무 기본과 지식 없이, 그저 즉흥적으로 그냥 해보았다. 원스텝.

예전에 식물 기르기에 도전해보려고 사다 두었던 화분 (그림까지 그려두었던)에 대충 흙을 넣어 파를 심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낫겠지!


앞으로 간단간단하게, 왕초보의 식물 기르기 도전일지를 조금씩 기록해나가고자 한다. 

파는 나와 별개였는데, 

그 파 일부를 잘라 내가 먹는다. 


파는 내가 된다. 

너와 나의 경계는 무엇인가.


파는 무에서 유로 계속 자라난다.

도대체 이 파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조그만 씨앗에 무엇이 들어있나


오늘은 드디어 씨앗을 심은 역사적인 날! 깻잎 씨앗 봉투를 조심스레 열어 암면(암석을 갈아 실의 형태로 만들어 스펀지 모양으로 다시 만든 배지)의 씨앗 발아용 자리에 옮겨 심는 작업을 하였다. 두근두근! 


뽁뽁 3개 구멍을 뚫어 정말 말 그대로 '깨알 같은' (이 아니라, 진짜 깨알이다) 깨알을 하나씩만 구멍에 넣는다. 왜 3개를 한 군데 심는지 몰랐는데, 그것은 발아에 실패할 확률이 있기에 3개를 심는 것이라고. 인공수정과 똑같은 원리다.


구멍은 미리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씨앗 들어갈 만큼 자리를 만들어놓은 후에 심어야 한다. 안 그러면 씨앗을 무리하게 넣다가 다칠 수 있다고. 

씨앗들은 너무나도 작았는데 (이것이 내가 즐겨먹는 깨 그 자체인가? = 무지함의 절정), 그중에서도 튼실한 놈으로 보이는 것을 3개 골라서 옮겨 심는다. 역시 어디서든 튼실해야 선택되는 것이로구나! 


씨앗이 살짝만 들어갈 정도로 얕게.

아! 역사적인 날!!!!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3개가 동시에 자라게 되면 어떻게 하는지, 각각 옮겨 심으면 되는지 여쭤보니 그럴 경우 1개만 남기고 다른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럴 수가!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배지를 2개 더 잘라 만들어 1개씩 3개로 옮겨 심었다. 세 쌍둥이가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싹이 나면 큰 배지 당 무조건 1개씩 심어 그만의 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어릴 땐 작은방에서 같이 티격태격 싸우며 자라도, 조금만 커도 각자의 방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암면 배지는 물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오래 머금고 있기에, 배지 높이의 1/3 정도까지만 차게 물을 주면 된다. 계속 줄 필요 없고, 완전히 물이 바닥에 마를 정도쯤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1/3만큼만 조금 더 주고.. 하는 식으로 수분만 남아있게 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제 나의 깻잎들이 우선 싹이 날 때까지 햇빛을 잘 쐬어주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신비한 자연의 힘을 기다리며. 


잘 자라라~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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