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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18. 2022

4화) 광란의 씨앗심기, 모든 것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5째 주 (3.8~14)


광란의 씨앗 심기

이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들깨를 하나 옮겨 심고 나니 갑자기 무모한 자신감이 생겨버렸다. 다이소에서 글쎄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을 왕창 담아온 것이다.

원래 식물 1개를 옮겨 심어 자라는 밭이 되는 블록을 그냥 잘라서 씨앗 양성소로 쓰기로 했다. 씨앗 발아용 인큐베이팅실로 만들기 위해 산산조각 내어 본격적인 씨앗 심기에 돌입!

딱 3알씩만! 하나에 하나만. 


난 잔인한 '가려내기' (잘 자라는 놈 하나만 두고 나머지 둘을 죽이기) 등을 하고 싶지가 않다. 허약하든 말든 우연히 나에게 선택된 씨앗은 인연으로 삼아 그 운명에 맞게 잘 키워줄게! 3개가 넘으면 내가 감당할 수가 없을 듯하여, 우선 한 종에 딱 3개씩만 키워보려고 한다.


식물 관찰의 한 해가 될 거야. 미리 암면블럭에 구멍을 뽕뽕 뚫어놓고.

세상에나! 이렇게 작은 존재라니! 라벤더의 씨앗은 무척이나 작았는데, 카모마일의 씨앗은 상상초월이었다. 이렇게 작은 것 안에 생명의 모든 설계도가 들어있다.

각양각색의 씨앗들. 씨앗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모두 모양과 색이 다르다. 무척이나 귀엽고 놀랍다.

그런데, 치커리와 적겨자, 청경채 씨앗은 '형광 푸른빛'이라 깜짝 놀랐다. 뭔가 자연적이지 않은 느낌이 확!! 내 직감을 피할 수 없다! 이건 자연의 색이 아니야. 씨앗에 무슨 약품 처리를 해둔 것일까? 아니면 진짜 씨앗이 이런 색이라고?? 이 부분은 다음에 확인해봐야겠다. 도저히 저런 인공적인 색이 씨앗의 색이라는 것이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지금은 너무 식물에 대해 모르는 왕초보라 우선 어쩔 수 없이 파는 씨앗으로 심어 보지만, 어서 토종종자, 자연 그대로의 씨앗을 구하는 법을 알아내서 그것들로만 건강한 진짜 음식을 길러낼 것이다. 그리고 씨를 받아 계속 번식시키는데 힘을 보탤 것이다.

사 온 씨앗을 다 심고 나니, 뭔가 미친 사람처럼 더 심을 것을 마구 찾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심을 것이 투성이었다. 먹고 남겨둔 단호박 씨, 파프리카 씨, 올리브 씨에, 대추씨, 잣 까지... 대추랑 잣은 나무다! 밤까지 심을 뻔했다. 하하.  


또 곡물로 눈을 돌리니 모든 것이 씨앗이다!

통이 모자라 2등분으로 만드는 머리까지 자동으로 쓰게 되고..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불굴의 의지.

광란의 씨앗 심기 현장

아.. 암면블럭이 모자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10가지는 더 심을 수 있었는데!!

미친 듯이 심고 보니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가족이 되었다. 일은 벌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이놈들을 돌볼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어떻게든 굶지 않도록 해주마.

순식간에 17가지 가족이 되어버린 나의 식물 연구소! 아~ 기쁘다.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봐야지.



모든 것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또 주워온다. 아파트엔 모든 것이 있다. 무언가 필요하면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면 된다. 거기 있는 것들로 모든 살림을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또 늘어난 야망. 또 주워왔다. 밖에 나갈 때마다 내 땅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만 가는 미래 나의 밭들. 곧 옥상을 채울 나의 땅들.



꽃을 준비하는 파, 흙에서 잘 적응 중인 깻잎이

어매! 이게 뭐야? 파에서 뭔가 다른 것이 자라났다. 꽃을 피우려는 것이다. 줄기만이 계속 새로 생겨나다가 생존의 위협을 느꼈는지, 꽃을 만들어냈다. 어서 꽃을 피우고, 수정시켜 씨앗을 남겨 자신을 복제하며 이번 생을 마치기 위하여.


처음 보는 내 밭의 꽃이 될 테다.

애기들은 햇살 많이 받아라~ 낮 동안엔 이렇게 가볍게 싹 옮겨줘서 자연의 힘을 많이 듬뿍듬뿍 받을 수 있도록 이유식.


저 산의 멋진 나무 형들처럼, 굳건히 자라나렴. 기운을 받아라.

다행히 새로 이사시킨 환경 안에서 놀라지 않고 적응하고 있는 깻잎들. 이제 떡잎 사이에서 놀랄 만큼 귀여운 진짜 깻잎 모양 잎이 쑥쑥 커간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렇게 이쁜 깻잎을 어떻게 먹는단 말이야~


모두들 잘 자라렴. 

나의 식물 연구소는 그럼 컨티뉴.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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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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