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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20. 2022

6화) 나의 첫 스티로폼 박스 밭을 만들다!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6~7째 주 (3.15~28)



첫 스티로폼 박스 밭을 만들다!

집 뒤에 바로 산이 있는데, 이제껏 제대로 몇 번 다녀본 적 없었다가 며칠 전 우연히 들어선 길로 따라가 보니 아주 멋지고 적당한 둘레길이 나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 바로 이곳이다. 앞으로 이 길을 가능하면 매일 다녀오며 숲을 배워나가기로 했고, 산 시작되는 부분 입구 구석진 공터에서 떨어있는 낙엽, 돌, 흙, 나무 등을 주워오기 시작했다.

배양토 + 약간씩 산에서 주워오는 것들과 섞어서 내 자연 밭을 만들려 한다. 산의 흙엔 벌레들이나 균들이 무작위로 섞여 있어 무균 처리된 배양토를 쓰는 것이 식량을 기르는데 좋다고 하지만, 오히려 난 그 무작위의 살아있는 기운을 조금이나마 받아오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사 갈 때는 모두 고스란히 다시 산으로 돌려줄 거다. 아무것도 버려지는 것이 없는 영원한 순환.

저 꼬물이 새싹들이 마음에 너무 걸려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 드디어 모아 두었던 스티로폼 밭을 최초로 실현하는 작업에 돌입하였다. 


인두로 뜨겁게 달궈서 구멍을 뚫어야 하나 하다가, 아직 인두가 없어서 드라이버로 그냥 뚫어보니 열처리를 안 해도 잘만 뚫린다! 좋아.

나름 정확한 간격의 구성을 이루기 위해. 장인의 정신으로 임해 본다.

지저분 주의. (이 난장판은 추후, 물을 뿌려 휴지로 덮어 잽싸게 처리해야 한다)

세 번째 화분은 좀 더 의미심장한 구멍 뚫기에 도전해보았다. 마음이 맑은 사람만 볼 수 있는 비밀의 문자를 새겨 넣었다.


그것은..... B T S.




꼬물이 비타민과 무 새싹들이 첫 입주자

산에서 손수 주워온 돌들. 어찌나 색들이 이쁜지. 그런데 스티로폼 밭 하나에 들어가는 양들이 어마어마하다. 엄청 부지런히 주워와야겠다. 이제까지 주워온 것들이 한 방에 다 쓰이다니!

모래로 양을 좀 더 채워주고, 흙 깔기! 두근두근. 배양토도 깔아주기. 두근두근.

그다음 촉촉하게 물로 충분히 적셔주고! 


밭 아래 뭔가 받침대를 깔아서 물 빠지고 공기 들어갈 틈을 만들어줘야 할 텐데, 아직 준비를 못 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오늘은 이대로. 앞으로 하나 둘, 버려진 나무토막들을 주워와서 받침대로 만들어 쓰려고 한다.

흙 속에서 발견! 애기 고구마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다시 같이 심어버린다. 운명에 따라 같이 자라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고. 건투를 빈다.

드디어 마음속에 무거운 짐이었던 싹 나버린 비타민 새싹들을 땅으로 옮겨 뿌려준다. 너무 작아 바스러질까 봐 조심조심. 나의 첫 밭은 이 '비타민'들의 공간이 되었구나! 기념적인 순간이었다.

부지런히 두 번째 밭 만들기. 


돌이 한없이 모자라 어쩌지 발을 동동 구르다가.. 역시 위기가 닥치면 보이는 것이 없게 되는 것. 바로 뛰쳐나가 길거리에 보이는 돌들을 마구마구 수집해왔다. 다행히 옆 옆집 땅 주차장 입구에 돌멩이 조각들이 천지였다. 어차피 몇 개 가져가도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괜한 오해 듣기 전에 번개같이 빠르게 챙겨 온다. 휴. 다행히 급히 입수해온 돌들 덕분에 무순 새싹들도 오늘 흙으로 옮겨줄 수 있게 되었다.

잘 자라라! 이제 너희의 운명에 맡기겠다. 땅에 비해 씨앗들이 너무 많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나로서는 최선이야.

그리하여 드디어 내 인생 '첫 밭'이 생겼다! 야호. 이렇게 기쁠 수가. 저 뒤의 산처럼, 무럭무럭 기운을 받아 미니 자연을 이루렴.



육아 준비

새싹채소용이었던 비타민, 무순을 양심의 가책으로 흙에 골고루 뿌려서 옮겨 준 후, 어떻게 되나 기다려본다. 산에서 주워온 예쁜 낙엽들로 괜히 장식을 해주어 본다. 


나름 첫 진짜 흙 밭의 탄생!이라 설렘과 기쁨이 한가득.

씨앗은 이미 뿌려버렸는데, 흙(땅)도 없고 지식도 모자라는 상황인 지라 정신없이 부지런히 흙 길어오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애들 자라기 전에 육아 준비를 해야 해서 가장은 이렇게 바쁜 것이다. 가짓수도 많아져서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싶어서 고민하다가 요번에 다른 일로 잘 쓰고 있는 '구글 사이트'로 대충 만들어서 모아가기로 했다. 나만의 '식물 육아 대백과' 랄까. 



주워온 나무로 스티로폼 화분 받침대를 만들고

산에서 열심히 나무를 주워와야 한다. 


스티로폼을 바닥에서 띄워놓아야 하는데 (옥상에 올릴 경우 방수층 보호, 물/공기 잘 통하게 하기 위해, 뜨거운 열기 방지) 벽돌 같은 것으로 해야 하나 하다가, 너무 무거워 힘든 선택이 될 듯하여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하나둘씩 적당한 두께의 나무를 주워온 다음 (이건 가져올 수 있는 무게니까), 토막으로 잘라 받침대로 쓰기로! 굿 아이디어야.

캬캬. 드디어 미니 톱을 사서 썰어본다. 나에게 톱밥이란 것도 생겨난다. 자연은 모든 게 자원이기에 하나도 버려지지 않도록 잘 모아야지.


동양/서양 톱의 방식은 써는 방향이 다르다. 우리는 당기면서 써는데, 서양은 밀면서 썬다. 이 톱은 분명 중국산일 텐데, 무슨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이리저리 밀어보니 역시 나름 동양 스타일로 만들었는지 당기면서 썰어진다. 


나무를 잘랐다! 이 단순한 것이지만, 참으로 경험치 적은 일에 대한 성취감! 나무를 손으로 만지는 것이 무척이나 좋다. 톱밥도 좋고.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하지만, 훗날 집을 짓게 될 거야.

대충 길이를 적당히 자른다. 요놈의 톱밥 가루는 바로 퇴비함으로! 한 톨도 버려지는 것이 없다.

짜잔! 드디어 화분의 받침대 생성! 야호. 떼굴떼굴 굴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나무를 좀 평평하게 깎아주면 좋겠지만, 지금 그럴 힘과 에너지는 없다. 대충 굴러가지는 않게 조정해둔다. 


썰고 보니 나무들이 다르다. 점차 딱! 나무만 보아도 이게 무슨 나무고, 저게 무슨 나무고 알 수 있게 되길 바래 봐야지. 

받침대 완성! 이제 마음 놓고 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화분, 흙, 돌, 받침대까지 모두 채집으로 완성한 나의 첫 밭이 완성! 새싹채소용이었던 비타민과 무의 바글바글한 새싹들이 첫 입주자들이다. 설렘과 아낌없는 사랑을 듬뿍 담아 지켜본다. 이리 기쁜 순간이 없다. 잘 자라나라~ 얘들아!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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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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