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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20. 2022

7화) 무한증식 계단식 밭과 자라나는 쪼매니들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7째 주 (3.22~28)



밭 만들기 기술의 발전

인간은 기술을 발전시킨다. 


나는 스티로폼 밭의 구멍을 뚫는 기술을 발전시키었다. 전기인두를 구입했다. 하하. 이제 지저분한 스티로폼 똥들은 굿바이 인 것이다. 대신 유독가스(스티로폼이 녹으면서 나는 분명 좋지 않을 것들) 같은 냄새 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송곳으로 뚫기보다 훨씬 빨리 쉽게 뚫을 수 있고 아주 깔끔하게 뻥뻥 뚫리니 이 방법을 애용하려 한다.

전기를 꼽자마자 바로 뜨거워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숭숭 뚫고, 코드 빼고, 바로 휴지를 두껍게 잡고 인두에 묻은 스티로폼 녹은 것을 잽싸게 닦아내면 된다. 데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잽싸게! 모든 것은 잽싸게!! 가 포인트.


난 스티로폼 밭의 대가가 될 것이다.



드디어 흙을 사다

산 입구 쪽 공터에서 매일 쬐매씩 흙을 길러오고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라다. 어차피 지퍼백 하나만큼의 양도 길어오기 힘들다. 흙이란 무척이나 무거운 존재다.


그러다 드디어 배양토를 구입! 한살림에서 흙살림의 흙을 판매하고 있어서 먹거리 주문하면서 같이 샀다. 야호! 18리터가 많을 것 같지만, 나의 옥상정원을 만들려면 100개는 넘게 있어야 할 듯하다. 온통 흙. 흙. 흙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흙뿐이야! 앞으로 이 배양토를 자연의 흙과 섞어가면서 하나씩 밭을 만들어 나가보려 한다.

산에서 퍼 온 흙 속에 이것들이 또 딸려왔다. 아무래도 그 부근에 이 식물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일지 계속 궁금하다. 고구마인가? 무엇인지? 


비대해지는 부분이 뿌리인지, 양파처럼 줄기인지 아직 식물 왕초보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내 밭에서 키웠다가 먹을 수 없는 식물이면 낭패라.. (땅이 모자라), 모두 골라내서 산에 갈 때 다시 그 자리에 심어주고 오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것들이 자라서 과연 무엇이 되는지 산에서 관찰하기로 했다.



무한 증식하는 계단식 밭

오매나. 꼬물꼬물. 첫 번째, 두 번째 밭의 영광스러운 입주자인 비타민, 무순 새싹이 들이 흙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마구 뒤섞여서 안쓰럽지만,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우선 자라는 대로 지켜봐야지. 무척이나 귀엽다.

이 귀여운 깻잎이. 오늘은 드디어 깻잎이 3형제도 넓은 흙 밭에 옮겨줄 것이다. 


아무래도 3형제가 한 밭에 같이 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한 밭(스티로폼 박스 한 개)에 식물을 한 종류씩 배분하여 구분이나 이동, 파악을 쉽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망 깔고, 돌 깔고, 흙 깔고, 배양토도 깔고, 믹스하여, 물 뿌리고. 이제 좀 더 익숙해졌다!

조심조심 3형제를 퍼서 하나씩 자리 잡아준다. 짜잔! 이렇게 뿌듯할 수가! 하하. 귀여운 쪼매니들. 손에 흙을 많이 묻히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쑥쑥 커라.

3번째 밭을 만들어 깻잎이를 입주시키고 나니, 또 다음 새싹들이 눈에 보인다. 집 안에서 귀하게 자란 (그래서 험한 환경 만나보지 못한 온실의 화초들) 청경채와 치커리 애기들이 거의 싹이 올라왔길래, 조금 이른 듯하지만 바로 흙바닥으로 내몰아본다. 강하게 커야지! 밭 만들기에 재미를 붙여서, 어서어서 본토로 식물들을 가출시키고 싶은 것이다.


거센 비와 햇살을 이겨내면서 자라거라. 그렇게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서는 튼실한 영혼이 될 수 없다. 살아남는 자만 먹어주겠다.

암면블럭이 지탱하고 있어서 쏙쏙 넣고 이동시키기가 좋다. 뿌리가 지탱되고 있어서 위험하지 않고, 안정적인 기분이야. 온실 시험관을 벗어나 차가운 현실(리얼월드)로 내몰린 쪼매니들. 

양상추도 빼꼼~ 새싹이 피어났다. 새싹들마다 제각기 다른 떡잎의 모양과 크기들. 그 본연의 느낌을 갖고 있으면서, 또 본잎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본잎이 나올 때부터 그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보이지도 않는 작은 양상추 3형제를 흙에 옮겨 주었다. 큼직큼직 자리가 필요하니 완벽한 삼각형을 그려서 서로의 공간을 최대한 미리 확보.

귀여운 양상추! 이것이 자라 공만 한 양상추가 될 것이라니! 놀라운 일이야. 잘 자라나라~

급격하게 불어나는 계단식 밭, 그렇게 나의 땅은 무한 증식하고 있다. 이제 걸어 다닐 공간이 사라져 가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우선, 급한 대로 이곳에 만들고, 기운이 나는 대로 옥상으로 하나씩 옮겨가야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쪼매니들

하루가 다르게 녹색 밭이 되어가는 비타민과 무의 새싹 밭. 


한 알씩, 3개, 이렇게 옹졸하게 키우고 있는 다른 시험관 식물들과 달리,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많이 뿌려놓은 이 두 가지 새싹채소용 씨앗들의 밭은 '진짜 자연'을 느끼게 해 준다. 푸르른 새싹들이 마구마구 뒤섞여 비로소 초록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야 뭔가 진짜 밭 같은 느낌이다. 


땅에 비해 애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완전체까지 키우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되어야 하겠지만, 풍성한 푸르름이 무척 기분을 좋게 한다. 새싹채소로 먹기엔 잎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우선 이대로 계속 지켜보려 한다.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는 당근과 귀여운 카모마일의 새싹들. 둘 다 셋 중에 2개씩만 발아되었다. 


그런데, 당근은 뿌리채소라 깊은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야 한다! 애가 점점 크고 있어 어서 마련해야 한다. 새싹은 귀엽지만 가장의 마음은 급하다. 이렇게 계속 마음이 급하다.

나의 첫 식물, 파. 이제는 모든 파가 저마다 다 꽃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이것도 어떻게 되는지 계속 지켜봐야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길게 자라난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물질이 생겨나는가! 놀라운 생명과 우주, 식물, 이 세상. 식물을 관찰하면 곧 삼라만상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왕초보 가장의 식량 기르기는 이렇게 매일매일 컨티뉴~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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