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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21. 2022

8화) 한살림의 선물, 드디어 토종씨앗을 내 품에!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7~8째 주 (3.22~4.4)



'토박이(토종) 씨앗' 강의를 듣다!

동료 제비가 물어다 준 정보 하나로 인생이 바뀌는구나. 


한살림에서 열리는 강좌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다! 운 좋게 마감이 되지 않아서 '안철환' 농부 강사님의 귀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군다나 생각지도 못하게 한살림에서 강좌 참석자들에게 추후에 '토종씨앗 꾸러미'를 선물해 주신다고 하니, 이런 행운이 있나! 이제 때가 도달하여 나에게 이런 인연의 접점들이 생기는구나!

꿈에 그리던 '토종씨앗'을 드디어 처음 만져보게 되는 것이다. 식물에 관심을 갖고, 올해 드디어 미뤄왔던 '키워보기'에 도전을 시작하니,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몰랐던 '토종씨앗'과 '강좌'까지 줄줄이 비엔나처럼 엮어져서 주어진다. 정말 감사한 일이야.

엄청난 강의였다. 무척이나 소중했다.


이 강의를 듣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무척이나 무지한 도시 사람으로서 모든 생명의 삶, 또 그와 긴밀히 연결된 땅과 오랜 시간 단절되어 있었다. 작은 조각들이나마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다.

내가 향해가고 있는 '자립,자급'의 길과 완전히 일맥상통하여 관통하는 중요한 통찰과 배움을 얻었다. 좀 더 자세히 '자연 농법'에 대하여, '식량 자급'에 대하여, 무엇보다 '토종씨앗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일'에 대하여 공부해나가고 몸소 실천하여 배워나가야겠다.


토종씨앗을 지켜내야 한다! 유전자, 불임 조작된 병든 씨앗들로 만들어진 식물들을 키우는 선택을 하는데 동조하면 안 된다. 무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현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강의를 통해 너무도 중요한 것을 배웠고, 나부터 부지런히 행동함으로써 주위에 이 중요함과 식량 위기에 대해 퍼뜨려나가야겠다.



토종씨앗과 자연농법에 대해 어서 공부하자!

강의가 끝나고. 한살림에서 선물 주신다는 '토종씨앗들'이 벌써 매장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 


큰일이다. 지금 땅도 모자라고(흙이 모자라!), 스티로폼 박스도 모자라고, 이 귀한 씨앗들이 오면 당장 심거나, 보관해야 할 텐데.. 보관법도 모르고, 기르는 법도 모르고, 각 씨앗들마다 결론적으로 '얼마나 넓고 깊은 땅'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라서 큰일인 것이다.

우선, 재빨리 공부를 해야 하니 한살림에서 추천해 주신 안철환 강사님의 책을 주문하고 우선 교과서 삼아 하나씩 공부해서 준비해보기로 한다. 가장은 이리 힘들다.



한살림에서의 초대

강의를 어찌나 열심히 들었는지! 심지어 온라인 강의였는데, 눈에 띄어서! 강의 주최하셨던 농산물 위원회 활동가님으로부터 글쎄 초대를 받았다. 블로그 글도 애독해 주시고~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해주신 것이다. 이런 영광이 있나.


이제까지 물품만 애용해왔지만, 더 깊게 활동이나 모임에는 아직 한 번도 참여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언가 한살림과 드디어 진짜 연결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토종씨앗도 주시고, 각 지부마다 있다는 '한살림 모임방'이란 커뮤니티 공간도 소개해 주시고, 각종 안내자료에, 밀크티와 과자 선물도 챙겨주시고, 한살림 소모임 단체나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들 등.. 무척이나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려 해 주셔서 감동했다.

농부는 아무리 굶어 죽을지언정, 반드시 씨앗을 지켜내야 한다는 (인간, 또 모든 자연의 생존이 달린 진짜 보물이기에) 우리 선조 대대로 내려온 가치관. 이 철학이 겨우 몇 년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단절되고 잊혀가고 있다. 교육자료 소책자들을 주위에 나누어 주기 위해 몇 권 챙겨 왔다.

한살림 모임방 벽면에 걸려있는 개척자분의 명언. 씨앗이 싹트는 것을 눈으로 본 사람만이, 비로소 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매장 앞에는 순환 박스가 놓여있다!


경복궁 매장에서 처음으로 '장바구니 기증 & 자율 대여' 시스템을 보고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생각했었는데 모든 매장에서 적용되고 있나 보다. 안 쓰는 장바구니는 넘쳐나니 기증해 두고, 매장에 가방을 가져오지 못하여 곤란한 사람들은 편하게 빌려 가고, 다음에 또 가져다 놓고.. 무척이나 좋은 방법이야!



드디어 토종씨앗을 내 품에!

두근두근! 주머니도 목화로 만든 순면! 이 안에 세상 무엇보다 값진 보물이 들어있다. 


한살림의 첫 쌀주머니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만든 주머니라 하는데 무척 귀엽다. '농약안친쌀'. 이보다 명확히 보여주는 단어가 어디 있을까! 

짜잔! 애지중지.. 조심조심 보물들을 꺼내본다. 이것이 바로 난생처음 만나는 '토종씨앗'들이로구나. 감격! 억만금, 어떠한 다이아몬드 따위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바로 이 '씨앗'이다.


자주감자, 상추, 서리태, 뿔 시금치, 얼갈이배추, 강낭콩, 게걸무, 북방 오이, 조선파, 검은 땅콩! 이름도 생소하고 궁금해지는 건강한 진짜 씨앗들. <한살림 우리씨앗농장>에서 손수 대를 이어, 기증해 주신 것이다.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리는 바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씨앗을 키우고, 나누어야지. 


토종씨앗 지키기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적지만 매월 후원하기로 하였다! (일시후원으로 자율 금액도 가능!)

* 한살림 우리씨앗농장 : http://dj.hansalim.or.kr/?p=14068

자주감자와 뿔시금치

얼갈이배추와 북방오이

서리태와 강낭콩

검은땅콩과 조선파

게걸무와 상추


먹지 못하는 보석 따위는 어디다 쓰려나. 콩 빻을 때나 쓸 수 있으려나! 나, 인간, 더 넓게 모든 자연의 생존이 이 토종씨앗에 달려있다. 이것들을 잘 지켜내고 이어가서 생명 다양성을 지켜내느냐, 아니면 조작된 불임 작물로 만드는 단작 농경 산업에 휩쓸려 다 같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냐는 바로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있다. 토종씨앗이란 보물과 사명감을 얻었다. 잊지 못할 감격적인 날이다.


강의를 듣고 씨앗을 나눠 받은 사람들을 모두 모아 네트워킹을 만들고, 함께 육아일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 모임도 꾸려졌다. 한 번의 강의로 끝나지 않고 계속 연대하고 경험, 지식,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일. 꼭 필요한 일이야. 

씨앗 기르는데 참고하라고 보내주신 '안내서' 자료를 토대로 내 공부 노트에 추가하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올해 토종씨앗을 구할 수 있을지 생각도 못 해보았기에, 이미 뿌려놓은 일반 씨앗들이 이미 많은데 큰일이 되었다. 이제 또 방을 기다리는 식구가 대거 늘어난 것이다. 보육원이 따로 없다. 응애응애 애들 울어 싸는데, 방은 없고, 분유도 없고, 이불도 없고 난리가 아니다.


어쨌든, 빠르게 지나가는 봄날을 잡을 수 없기에, 전력을 다해서 이 토종씨앗들을 키워낼 수 있는 밭을 부지런히 만들고 주위에 빠르게 나누어 책임을 분산시키기로 한다!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나오늘 : 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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