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 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옥상에서 관찰을 하다 보면, 가끔 깜짝 놀라는 일이 생긴다. 신비롭거나, 혹은 의문스러운 사건 말이다.
"으악!!! 이게 뭐야!" 나를 경악하게 하였던 역대 사건.
놀라 뒤로 자빠질 뻔하였다. 난데없이 비타민 밭 한 구석에 '흰 생선 살'이 올려져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조합이야?' 순간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이 상황에 아찔해하다가, 역시 범인은 '새' 밖에 없다는 추리에 도달한다. 생선을 먹다가 여기다 숨겨놓은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흘리고 간 것인가? 떨어뜨렸다고 보기엔 빼곡한 잎들 속에 숨겨져 있었으니 의도를 갖고 놓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혹시, 나에게 생선을 선물해 준 것인가?
이런 기괴한 사건들이 생기는 것이다.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관찰을 이어간다. 그러다, "으어! 이게 또 뭐야!!" 다시 뒤로 나자빠진다.
하아.. 이제 '버섯'까지 생겼다! 스티로폼 박스 밭 아래 받침대로 놓아둔 나무가 비가 많이 오면서 젖고, 그 습기에 버섯이 피어난 것이다.
옥상 생태계의 생명 다양성은 이렇게 확장되고 있다. 그야말로 빅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나무는 물에 썩어서 곰팡이, 버섯 등이 생기니, 아래 구멍을 통해 세균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또 개미들이 나무를 집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여 받침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하루빨리 스티로폼 받침대로 제대로 만들어서 바꾸어야지.
요즘 '기후 재앙'을 참으로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비가 왔는데, 그로 인해 또 이것이 탄생. 무 잎이 조금 우거진 사이에 솜털 같은 곰팡이들이 공처럼 만들어져 있는 것.
생태계 조성에는 큰일은 했다만, 나의 무들이 위험하오니 빨리 우거진 숲(잎)들을 정리해 준다. 그리고 곰팡이를 떠서 퇴비함(Hell = 카오스)로 이동시킨 후, 햇살에 건조해 조치를 하였다.
곰팡이는 포자로 이동, 번식하기에 바람에 의해 금세 주위로 번진다. '곰팡이가 생겨있다는 것 = 열심히 분해 중이라는 것(청소부) = 그것을 먹고 있다는 것 = 고로, 식물에 닿으면 식물을 먹기 시작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광경 또 하나. 비 온 후 다음 날, 물 윤곽을 따라 알 수 없는 노란~ 선이 떠있다. 그리고 옥상 낙원의 거의 모든 식물의 잎들마다 이 아이보리색 가루들이 다 묻어있다.
"오잉, 또 이게 뭐야?"
그러다 현행범 체포.
잎들에 곰팡이가 번졌거나 병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이 현행범을 발견하면서 의문이 해결되었다. 바로 '꽃가루'인 것이다!
오, 그러다 쑥 밭에서 두목까지 체포하였다.
이 꽃이 무슨 꽃이지? 그때 그 아까시나무 꽃인가? 아무튼 요놈의 꽃가루들이 하루 사이 옥상 전체에 가득 흩날려 쌓인 것이다. 어마어마한 파워다. 이렇게 생애 단 한 번의 기회에 자신의 자식(꽃가루)을 최대한 넓게 흩날린다.
이것은 신비로운 장면. 파를 잘라낸 순간의 그 절단면. 송골송골 가득한 진액.
"고마워! 잘 먹을게~" 인간처럼 상처가 생기면 이 진액이 그곳을 금방 아물린다.
마지막으로 참 안타까운 일로서, 벌들의 모습이 있다.
거의 매일, 옥상에 '비틀비틀 맥을 못 추고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으로 보이는 벌'을 한 마리씩은 만나게 된다. 생을 마감할 때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비가 오거나 해가 져서 분명 벌들이 모두 퇴근해야 하는 시간인데도 힘없이 꽃이나 줄기에 매달려 겨우 버티고 있는 아이들이 꼭 있다. 자연스러운 삶의 마무리 시간인 것일까?
벌들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무서운 소식은 이미 들은 바가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살충제'다! 그리고 급격한 기온 변화(이것 역시 산업화와 인간이 만들었다)로 인한 꽃이 피는 시간이 적어지고 추워져서 돌아오지 못한다 한다. 또 '강력한 5G 전파 사용'이 시작되면서 벌들이 심각하게 교란당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이유인 것인가?
아무쪼록 매일 이 모습을 만나게 되면 무척 슬프다. "야~ 힘내! 뭐 하는 거야~ 너 퇴근해야지. 왜 이러고 있어! 힘내. 정신 차려!"
비틀거리는 벌을 만나면 꽃이나 줄기 위에 올려놓아는 준다. 하지만 슬프게도, 결국 그다음 날엔 죽어있을 때가 많다. 그러면 흙 속에 묻어준다. 그럼 그는 다시 분해되고, 다시 꽃이 된다. 그렇게 다른 벌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첫 의도는 식물 관찰하는 이야기를 아주 간단간단히 써 내려가려고 했던 건데, 그러기엔 이 짧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놀라운 일들이 무척이나 가득하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기록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끝끝내 해낼 것이다. 흩날리고 사라져 버리지 않게, 아주 작지만 큰 이 세계를 관찰한 시각과 시간들을 잘 남겨보리라. 언젠가 작은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럼, 신비로운 옥상 낙원 이야기는 투 비 컨티뉴!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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