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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May 31. 2019

'대중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 대중의 괴리에 대한 짧은 사견

'과학의 대중화'
'교양으로 배우는 과학'


신문 등의 언론이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황우석 박사 사건, 천재 소년 송유근 군, 인테스텔라 ... 기타 과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때마다,

과학에 관련된 학술적인 내용 혹은 학계 자체가 동시에 관심을 받았던 적이 많았다.


블랙홀로 유명했던 인터스텔라


그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학계에 몸을 담고있는 과학자들이 직접 대중과학서를 출간하거나 칼럼을 연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용도 실제로 전공자들이 배우는 것에 상당히 가깝고, 동시에 비전공자들의 흥미도 끄는 걸작(?)들도 많았다.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그러나 내가 생각하건대 대중과학은 불가능하다.

최신의 과학지식, 혹은 연구 결과라는 것은 절대로 대중 일반에게 이해될 수는 없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바로 "대중"이 갖는 성격과 "과학"이 갖는 성격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애초에 대중과학이라는 건 대중과 과학이라는 모순된 단어(혹은 개념)의 조합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랄까?


1.대중

대중이라고 하면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퉁쳐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과생이 되어버린 이상 그렇게 못한다.(ㅋㅋ) 일단 정의를 하고 출발하자. 여기서의 대중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 전부" 라고 해야할 것 같다. 엥?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애초에 이 논의가 <대중과학>한정이기 때문에 이렇게 설정했다. 만약에 <대중법학>을 다루는 것이라거나, <대중철학>같은 것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법학,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을 대중이라고 설정했을 것이다.


대중을 이렇게 설정하고 나면, "과학의 대중화"라는 문제는 결국,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 전부 또는 일부에게 어떻게 과학지식을 전달할까의 문제가 된다. 이 대중들의 어떤 일부는 일단 무조건 과학에 관심이 없다. 이것은 뭐 과학지식의 부재라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 개개인의 상황 환경 적성 그 모든것을 고려했을 때, 애초에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고 산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전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 나선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 그 유재석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유재석을 처음 보시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시는 쿡민MC 유재석님에게도 이럴진대, 과학이라는 낯설고 생소한, 게다가 어렵기까지 한 과학에 관심에 없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 같다. 당장 먹고 사는데에 도움이 되는 지 확실치도 않고.(ㅠㅠ)

따라서 나는 대중들과 실제 과학 연구가 너무 크게 괴리되어 있는 현재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반대로 누군가 내게 "대중 축구"를 강조하면서, 나의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을 비난하고, 축구 실력(최소 축구 시장에 대한 이해)을 프로에 가깝도록 키우게 강요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웃긴 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프로페셔널한 분야 어디라도 <대중XX>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사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라서, 구글링만 하면 모든 지식이 나온다고 하지만, 사실 진짜 디테일한 심화 내용들을 분류하고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구글링 한다고 잘 나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미 시장이 형성된 분야"의 경쟁은 심화되어, 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축구를 위에서 예로 들었으니 계속하자면, 우리는 여전히 축구 경기를 보고 즐길 수 있으며, 그 플레이에 열광한다. 하지만 플레이에 관련된 것들은 점점 고도로 전문화된다고들 한다.(잘은 모르지만 ㅎㅎ) 플레이어들의 신체적 능력, 전술적 복합성, 용병술 기타 등등은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발달되어있고, 그것은 업계의 관계자가 아니면 접근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전문적인 지식>이 전달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일반적인 필요성>은 어느정도 대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POP 업계의 전문적인 분야가 전부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BTS의 흥행으로 인해서 분명 "일반적인" KPOP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는 편일테니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전달되지 않은 채로 <일반적인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경우가 바로 황우석 사건이 아니었을까? <필요성>을 과하게 강조하여 감정적으로 "스타과학자의 탄생, 한국 과학계의 혁명적 성과"을 기대하다보니 실제 과학 연구가 진행되는데 필요한 기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경우다. 나는 <전문적인 지식>이 결여된 채로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좇아서 광적으로 투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닷컴 버블 : 뭔지도 모르는 인터넷에 대한 광적인 투기가 유행이었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각계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 모든 실천 과정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활동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앞서 밝혔듯이 <전문적인 지식>이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치적 활동과 선전일 뿐이고, 그런 것들이 역사적으로 계속 판을 쳐온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ㅠㅠ)


2.과학

이번에는 과학 자체의 특수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단순히 대중들 일반이 각자의 삶을 사느라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것과 별개로,

과학 자체에 내재한 성질 때문에 <대중 과학>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과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다.


과학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에는 수많은 분야가 포함되어있다.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응용과학(공학)...

이 분야를 또 세분화해서 나누자면(내가 물리 전공이니까 물리에 가까운 것만 이야기해보자면)

물리학에서는 세부적으로 응집물질 물리학, 통계물리학 및 복잡계, 핵물리학, 광학, 입자 물리학으로 나뉘고

인접공학만 해도 소재, 전자회로 설계, 소자 공정, 소자 설계, 통신, 레이저 ...


물리학의 분야만 해도 이정도인데...


그나마 물리에 가까운 분야를 추린게 이정도인데, 실제로 각 분야들도 너무 세부적으로 고도화되어있기 때문에, 심한경우에는 <물리>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분야인 생물학, 의학 등 기타 여러 수많은 "과학"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들을 합치면 답이없다.


<대중과학>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모든 세부 지식에 대해서 조금씩이라도 대중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인데,

애초에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애초에 그런 모든 전문적 분야를 섭렵할 수 있었으면, 학위과정은 왜 존재할까 ㅠㅠ


그 다음은 과학의 진입 장벽을 언급하고 싶다.

그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신의 과학 지식은 전문적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내용이 대다수이다. 이번에도 물리의 예를 들자면, 최신 논문 제목 하나만 뽑아와봤다.


"Experimental Measurement of the Quantum Metric Tensor and Related Topological Phase Transition with a Superconducting Qubit"

(Phys. Rev. Lett. 122, 210401 (2019) – Published 29 May 2019)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라는 <Physics Review Letters>의 최신 논문을 하나 뽑았는데,

한국어로 바꾸자면 <초전도 큐비트에서 양자 측지 텐서와 관련된 위상학적 상전이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다>이다.


도대체 무슨 외계어인가?


일단 전공을 4학년까지 들은 나로서는 이 용어를 대충 들어보기는 했다. "초전도" "큐비트" "측지 텐서" "위상학적 상전이"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초록을 읽어 봤지만 역시 모르겠다. 학부생의 한계인가...웩). 학부생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4년, 거의 1학년 때부터 물리와 수학 관련된 내용을 공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 최신의 과학 연구는 투입되는 자본, 실험 장비 및 기법, 이론 및 모델링 모두가 학계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애초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을 연구하는 것이니까 당연할지도?


그나마 관심있는 학부생이 이정도일진대, <대중과학>이 기능하는 것을 바라기는 무리다. 물론 모든 최신 연구 결과가 다 진입장벽이 높지만은 않다. 연구 결과 중에는 분명 쉽게 이해가능한 것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분야라도 연구 기법이나 기술은 분명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하기 마련이거나 혹은 또다른 어려운 내용들과 인접해서 걸쳐있는 경우가 많다. 즉, 그 내용의 함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아는만큼 보인다 했던가,,,킁.)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ㅠㅠ


위에서 서술한 내용들을 쭉 정리하자면 결국 나는 <대중과학> 자체에는 회의적이다. 그러니까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 일반에게 전문적인 과학지식은 전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조금 추상적이긴 한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ㅡ^..)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학>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각자의 어려운 전문 분야를 쉽게 전달하고, 최첨단의 내용들을 다수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의 노력은 분명 헛되지 않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혹시나 관심이 있을 소수가 학업 혹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과학에 관심이 없었을 사람은 이런 정보를 거들떠 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관심을 갖게 된 사람에게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내용들은 정말 천금같은 것들이다. 카사노바들은 잡은 물고기에는 고기를 더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인기가 많은 분야는 그럴 수 있겠지만, 과학같은 분야는 잡은 물고기가 떠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험한 발언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 정치질에 도움이 된다. 최첨단의 내용 뿐만 아니라 교양으로서의 과학이 전달되기만 하더라도, 그래서 인식이 개선되기만 하더라도 분명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어쨌든 과학이나 공학이나 투자를 유치하고 펀딩을 따내서 연구 및 개발을 해야한다. <Produce101>에서 연습생들이 어필하듯이, 이미지를 잘 만들어서 국민프로듀서님들에게 연구비를 따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을 잘하면 나같은 학부생이 미래에 직장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지도?(ㅎ_ㅎ)


어필을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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