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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Feb 20. 2020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감염을 수학으로 예측한다!

질병수학 모델링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농담이 있는데...진짜 이불 밖이 위험한 시기입니다. 작년 12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바이러스는 여행객을 타고 아시아 전역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2020년 2월 19일 오늘은 심지어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환자도 단지 접촉 전파만으로 확진되었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해외 여행 없이 확진


무병의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이 꿈꾸고 노력해왔지만...사실 바이러스/세균성 질병의 감염은 생물학적 진화 과정의 일종으로 완전 퇴치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들어오는 원천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성 감염병의 대다수에 대해 일단 겪고 나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백신인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백신은 아주 미미한 농도의 감염을 유도해서, 직접 신체에서 대상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합니다. 그러면 대상 병원체가 미래에 신체에 들어오더라도, 신체는 이에 대해 내성을 갖게 되는 원리입니다.

백신은 항체를 만들어낸다


백신으로 이렇게 쉽게 카운터 칠수 있다면 바이러스성 질환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싶은데요. 이 바이러스라는 녀석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의 중간지점 즈음에 있는 녀석입니다. 동물이나 식물처럼 엄청난 수의 세포 단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DNA와 RNA 덩어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을 품고 있는 숙주 안에서 숙주의 자원을 이용해 자신을 자가복제합니다.


이 자가복제의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계속 바뀌면서 변이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변이들 중에서 기존 인간/동물의 면역체계를 파훼하는 개체가 나타난다면, 복제를 통해 또 순식간에 다수가 됩니다. 감기를 완전히 박멸할 수 없는 이유, 주기적으로 대규모의 신종 플루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들이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

문제는 거대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가 생겨왔고, 그러한 도시의 발달이 전염병의 발달에 오히려 도움을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에 비해 사람간의 대면접촉도, 인구밀도에 따른 전염병의 발병 가능군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의약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 역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간의 한계와 생물 자체의 특성 때문에 반드시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도시 지역과 대인간의 전파와 감염에 유의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질병 감염에 따른 경향성 예측을 토대로 적절한 전략과 대처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역시 예측에는 수학입니다. 수학을 이용해서 질병을 예측하는 방법/연구 분야가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수학의 산업적인 응용인 산업수학(industrial mathematics)의 한 갈래입니다. 요즘 핫한 데이터 사이언스처럼요.


감염병의 수학적 모델링

모델링(Modeling)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모델, 모형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현실 세계는 매우 복잡한 변수들이 많아 어떤 현상이 다른 현상의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 해석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변수들을 단순화하는 몇몇 가정과 전제를 집어넣어 현실을 반영한 모델로 예측과 설명을 시도합니다.


이를 수학적 모델링이라고 합니다. 자연과학(물리학 등)에서 말하는 법칙, 정교한 이론들이 다 이 수학적 모델링의 일종입니다. 특히 자연과학의 경우에는 설명하는 대상이 단순하고 기계적이기 때문에 모델링이 체계적으로 현상을 잘 설명합니다. 사회과학에서는 다루는 대상의 복잡성(사회, 인간) 때문에 모델의 예측성은 조금 떨어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전제와 이론으로 무장된 모델링은 현실에서도 대단히 유용합니다. 우리의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정책들도 실제 경제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수학자들이 전염병 전달의 메커니즘을 연구하여 도움을 준 경우가 여러 번 있습니다. 유체역학에서 베르누이의 원리로 유명한 베르누이는 당시의 골칫거리이자 오늘날에는 완치된 천연두를 연구하였다고 하네요. 본격적으로 전염병 모델에 수학을 이용한 것은 20세기부터라고합니다. 실제로 홍역, 말라리아, 스페인 독감 등의 사례로부터 수학자들은 모델을 개발하고 테스트하였습니다. 과거의 질병 사례들로 이러한 모델들을 세우고 나면, 미래에 다가올 질병들은 대동소이한 유형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SIR 모형

그래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질병이 모델링 되느냐, 여기서는 가장 수학적으로 가장 풀기 쉬운 형태인 상미분방정식 모형들을 소개할 것인데요, 유명한 모형은 SIR 모형입니다.

SIR모형은 전체 집단을 세가지로 분류합니다. 감염가능군(Susceptible), 감염자(Infective), 회복/면역자(Removed)가 그것입니다.


그래서 S에서 I로 변하는 비율이 SI에 비례하고, I에서 R로 변하는 비율이 I에 비례한다고 가정해서 아래와 같이 미분방정식을 세워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질병의 전파 기간동안 집단의 출생률(=사망률) μ를 포함한 식을 아래와 같이 세워볼 수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위 미분방정식은 α, β값에 의해서 해가 굉장히 민감하게 변하는 구조일텐데요. 감염가능군과 감염자군이 접촉하는 수식에 관여하는 α는 전파율이라고 불립니다. 반대로 회복/면역자와 관계된 β는 회복율로 불리는 구조입니다.


SIR모델은 보다 복잡한 고려사항을 추가하여 다양한 질병 모델링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높은 사망위험도를 보이는 질병의 경우에는, 회복 전이나 자연수명에 의한 사망보다 빠른 사망확률을 고려주어야 합니다. 이 경우 N을 모집단이라고 하면 S, I,R에 대한 방정식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ν는 모집단의 출생률이고 ρ는 감염 환자의 사망확률입니다.

SIR모형은 보통 선진국의 전염병 전달에 적합한 모형이라고 합니다.


SIRS 모형

SIR모형에서 S하나가 추가된 형태입니다. 바로 회복되었던 면역군(Removed)이 다시 감염될 수 있는 형태가 되는 모델입니다. 감기와 같은 전염병이 바로 이러한 형태인데요. 감기는 작년에 걸렸던 사람일지라고 해도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다시 걸릴 수 있는 질병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분방정식이 아래와 같은 형태가 됩니다. 여기서 γ는 재감염율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모형에서는 재감염율이 중요해보입니다. 처음 감기로부터 회복된 사람이 어느정도의 주기로 감염되는지, 혹은 내성이 있어서 한동안 유행했던 감기에는 별 탈이 없는지 등등이 반영되어 식을 결정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모델

상미분방정식의 형태로만 표현할 수 있는 모델들도 다양한 형태인데요, 특히 잠복기(Exposed)를 포함해서 모델을 다양하게 확장가능합니다.

출처:SEIR 모형을 이용한 전염병 모형 예측 연구, 한국데이터정보학회지


실제 연구과정에서는 모델을 사용하고, 방정식의 계수를 정해서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거나 하는데요. 간단한 형태의 SEIR 모형으로 과거 신종플루 당시의 감염을 재검토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한 논문을 참조해보았습니다.


논문에서는 수식을 세우고, 미분방정식의 계수를 결정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참고합니다. 그리고 계수를 결정하는데요.

그 결과가 위와 같이 나오고, 그래프도 함께 첨부됩니다. 그러면 감염모델에 따른 감염 결과와, 실제 사망 및 감염 수치를 비교하여봅니다.


모델의 사망률의 비해, 실제 사망률의 수치가 대단히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 정책의 효과로 질병의 전파율을 많이 낮췄다는 것입니다. 논문에서는 전파율을 1/10 수치정도로 낮췄음을 지적합니다.(참조: 신종 인플루엔자의 수학적 모델링)


이렇게 상미분 방정식 외에도, 수학적인 형태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모델링이 가능한데요, 편미분 방정식, 이산수학, 확률 모델 등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만 크게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질병 전달의 메커니즘 자체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미분방정식 형태로 고정된 함수해를 찾을 수 있다면 '확정적 모형(Deterministic)'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질병전달 자체의 메커니즘이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시간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여 확률분포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면 확률 모형(Stochasitic)이라고 부릅니다.


예시로 위에서 살펴본 미분방정식들은 어쨌든 질병의 성격에 따라서 방정식의 계수가 정해지면 함수해를 구할 수 있으므로 확정적 모형에 해당합니다. 실제로는 질병의 전파 과정에서 사람들의 외출 빈도, 구매 등 행동패턴이 변해서 계속 전파에 영향을 주므로 확률 모형이 보다 적합할 듯 합니다. 훨씬 복잡하고 식을 세우기 어렵지만요. 당연히 연구 단계에서는 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경스럽군요.

실제 교통망과 네트워크를 고려한 시뮬레이션(출처:국가수리과학연구소)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며..

질병은 범국가적, 지역적 위기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전 지구적 위기로 번지기도 합니다. 유럽의 흑사병이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위생수준의 발달, 보건 기술의 향상 등으로 인류는 항상 적절히 대처를 하며 안전을 끌어올려왔는데요. 생물과 의약학의 발달과 신제품의 개발로 그러한 것을 가능케 한 과학자들도 멋있지만, 복잡한 사회적/생물학적 현상 중 하나인 질병 전파 형태를 이해하고자 한 응용수학 역시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당장 현실적으로는 개인위생에 철저해야겠죠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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